[법률방송뉴스]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도 이제 한풀 꺾이는 모양새입니다.

해외 여행객도 증가하고 일상을 되찾아 가는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에 발맞춰 그간 주춤하던 '국제결혼'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다문화 가정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그 이면엔 가정을 이루기도 전에 외국인 배우자에게 악의적으로 이용당하는 사례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LAW 포커스> 이번 주에는 국제결혼 사기에 대해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석대성 기자가 피해자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20대 키르기스스탄 여성과 결혼했던 50대 A씨.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온전한 가정을 꾸릴 거란 기대는 한 달 만에 물거품 됐습니다.

[위장결혼 피해자]
"부풀어 오른 꿈을 안고 국내에선 안 되니까 국제결혼해서 미래를 바라보고 결혼을 했는데, (입국) 한 달도 안 돼서 신부가 나가가지고... 외부 사람들에겐 생색을 안 냈지만, 마음고생 많이 했죠, 제 나름대로..."

한국 입국이 목적이던 신부.

알고 보니 부모와 친척도 대역이었습니다.

[위장결혼 피해자]
"이분들이 이모라고 나오신 분들인데, 도우미... 여기 어머니도 도우미..."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했던 50대 B씨.

집을 나간 후 같은 국적 남성과 동거하던 신부는 2년 만에 돌아왔지만, 영주권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F6 '국제결혼이민자' 비자를 받은 후 한국에 2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이 나오는데, 위장결혼이 아님을 증명하는 데 협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국제결혼 피해자]
"신분증(영주권)을 만들어 달라니 황당한 거지. 바람 피웠다니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약간 허탈감도 있더라고... 다 용서해주는데, 다시 와서 같이 살고 싶은 그런 간절함이..."

한국남성이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평균 1372만원.

중국 1174만원, 베트남 1320만원, 캄보디아 1344만원, 우즈벡 2365만원 등입니다.

중앙아시아나 동유럽인 신부의 경우 한국에 데려오는 데까지 드는 비용은 3000만원이 넘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매매혼'이라는 비난도 감수했지만, 더 큰 문제는 배우자 될 사람의 신상도 정확히 모른 채 결혼해야 했다는 겁니다.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 과정은 이렇습니다.

수수료를 지불한 남성은 5박 6일 일정으로 출국해 도착 이튿날 신부를 선택하고, 다음날 신부 가족과 상견례를 진행합니다.

곧바로 결혼식을 치르고, 한국 남성은 엿새째 되는 날 귀국하는 게 통상의 방식입니다.

맞선에서 결혼식까지의 평균 기간은 5.7일.

혼인신고까지는 평균 4.3개월.

혼인신고부터 배우자 입국까진 평균 네 달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배우자 될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이제 막 익힐 만할 때 급박하게 모든 행사를 치르다보니, 신원을 제대로 파악할리 만무합니다.

중개업체 역시 고액의 수수료만 챙길 뿐입니다.

[위장결혼 피해자]
"업체에선 (신부 신상파악) 그런 걸 안 하죠. 시간과 돈이 소요가 되기 때문에..."

결혼중개법 10조는 중개업자가 여성의 신상정보를 미리 받아 해당 국가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후 남성의 신상정보와 서로 제공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신상정보는 혼인경력과 건강상태, 직업, 범죄경력을 말하는데, 외국에선 신부가 미혼 증명서를 발급 받으려면 한국인 남편의 영문이름과 여권번호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예비신랑이 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맞선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발급 받는 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결혼을 단행한 피해자들은 분노나 배신감보다 상사병을 먼저 느낀다고 합니다.

[국제결혼 피해자]
"한 1년 동안 거의 고생했어. 일도 못 했어요."

[위장결혼 피해자]
"공허함, 상실감, 정말 나이 먹어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국제결혼인데... 결혼해서 자식 낳고 행복하게 살려고 준비하는 건데, 갑자기 신부가 사라졌다? 정말로 상실감이 크죠."

실제 신부를 그리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재성 /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
"(집을 나간 후) 1년, 2년, 3년 안 와요. 그러면 그 고통을 못 이겨서 자살을 해요. 병이 돼요. 그게 참 가슴 아파요."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법률이 발목을 잡습니다.

법무부가 국제결혼을 한 번하면 5년 후에나 다시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제결혼 피해지원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하지만, 예방 효과가 없단 점에서 미봉책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안재성 /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
"피해(지원)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합니다. (결혼 후) 3.5년, 3.7년 만에 이혼을 하는데 전부 혼인무효 아니면 재판이혼. 외국인 여성들의 가출, 간통, 도박, 절도..."

전문가들은 이민자에 대한 사전교육과 세부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문병기 /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사전적으로 (모든 이민자가) 그냥 너나 할 것 없이 좀 더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교육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홍보를 한다든지..."

[이재원 / 이민출입국변호사회장]
"세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까지는 막지 못하는 대원칙에 불과한 법률밖에 없어서 현재는 역부족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민청 등을 설립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민 정책을 규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부가 장려했던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프로젝트.

유명무실 사업책과 탁상공론 규제안은 순수한 총각들과 자식의 혼인을 바라는 늙은 부모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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