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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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법원이 10년 전 수면유도제 불법투여로 지인이 사망에 이르자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면허를 다시 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했던 A씨는 “잠을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는 지인 B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후 B씨는 약물 부작용으로 호흡정지가 와 사망했고, A씨는 B씨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한강공원 주차장에 두고 도주했습니다.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유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3년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의 형이 확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A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습니다.

이후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3년)이 지난 2017년 A씨는 “의사 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는 신청을 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거부했고, A씨는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사체유기죄는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뒤 3년이 경과해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지났다”며 “오랜 시간 자숙하면서 깊이 반성했다.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의사면허가 다시 교부되면 의료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면서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며 A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법률방송과 통화에서 “국민 정서와 전문직의 면허 취소는 항상 반대 방향이었다”며 “세상은 계속 바뀌어 가고 국민의 법 감정도 바뀌어 가는데, 여전히 시대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법조계의 고리타분한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개정안 흐름을 봐도 의료 관련 고의범은 면허취소가 맞다”며 “면허취소 범위를 넓혀도 다시 회복시켜주면 취소 입법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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