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동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동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ENA에서 방영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몰고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에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꾸준히 방영된 바 있고, 그중 몇몇은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으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큼의 화제성을 가진 드라마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인 우영우는 엄청난 기억력과 틀을깨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통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우영우 변호사의 활약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방영된 회차에서는, 변호사 우영우가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이 들고 있는 우산이 사건의 당사자인 기업이 배부한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기피신청”을 하며 난관에 봉착한 사건을 타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이때 “기피신청”이란, 사건의 당사자가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 법관을 교체해 줄 것을 신청하는 것으로서,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모두에서 행사할 수 있는 당사자의 권리입니다. “기피”와 유사한 법률용어로 “제척”과 “회피”가 있는데, “제척”은 일정한 조건을 가진 자는 해당 사건의 법관이 될 수 없도록 당연히 배제하는 것을, “회피”는 “기피”와 그 사유는 동일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법관 스스로가 재판부의 교체를 신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기피신청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일반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재판부 기피신청은 사회통념상 법관과 사건의 관계를 고려할 때 누가 보더라도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 한하여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인데,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과 같은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그 판단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기피신청은 인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에서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이루어진 재판부 기피·제척·회피 신청 3,646건 중 인용된 신청은 단 3건에 불과하여 인용률은 0.08%에 불과하고, 2016년과 2019년에는 각각 692건, 900건이 신청되었음에도 단 한 건도 인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2018년, 2020년에는 각각 694건, 753건, 1,533건의 신청이 이루어졌음에도 각각 1건, 3건 ,5건만이 인용되었습니다.위에서 제시한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재판부에 대한 기피·회피·제척신청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힘쓰는 법관의 입장에서 당사자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는 의심을 받는 것은 썩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자 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당사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재판부에 대판 기피·회피·제척신청을 진행하는 것이니만큼, 법원에서는 신중하게 심리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를 교체하는 것을 조금 더 열린 자세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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