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ID "韓 정부, 2900억원 배상"... 6조원 분쟁서 4.6% 인용
10년 악연 끝났지만... 외국기업 '먹튀' 대안 필요성 제기돼

지난 2008년 1월 11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왼쪽)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08년 1월 11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왼쪽)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0년간 벌인 6조원대 국제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약 29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6조원대 소송에서 어느 정도 선방했지만, 이른바 '먹튀' 사례를 방지할 대안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는 오늘(31일) "한국 정부는 론스타 측에 2억1650만달러와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류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습니다.

론스타 측이 청구한 46억950만달러 중 4.6%만 인용됐습니다.

론스타는 1989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설립된 부동산 투자 전문 헤지펀드입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국가에서 부실채권과 부동산, 구조조정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국과의 악연이 시작된 건 1998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전격 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론스타가 먹튀 해외 투기자본의 상징이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지난 2003년 론스타는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습니다.

4년 뒤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 지분을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외환은행 관련 주가 조작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승인 결정을 미뤘습니다.

2008년 9월 HSBC 인수 포기로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로 넘겼습니다.

그리고 2012년 11월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합니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늦춰 손해를 봤다는 겁니다.

ICSID는 2013년 5월 중재 판정부를 구성한 후 그해 10월 서면 심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미국 워싱턴 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 기일을 열고 증인 신문 등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3월 중재 판정부의 재판장 격인 의장 중재인 조니 비더 씨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했고, 같은 해 6월 월리엄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의장 중재인으로 선임됐습니다.

새 의장중재인이 사건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판정은 더 늦어졌습니다.

ICSID는 지난 6월 중재 절차 종료를 선언했고, 이번에 판정을 선고했습니다.

중재 절차가 끝나면 120~180일 안에 판정 선고를 내리는데, 한국 정부나 론스타 측은 ISDS 판정 선고 후 120일 안에 선고 취소 신청으로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부 승소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론스타에 지급할 손배액을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후폭풍이 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정치 쟁점화 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