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저’와 파탄된 계약관계의 정리
영화 ‘클로저’와 파탄된 계약관계의 정리
  •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2.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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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클로저’는 두 남녀커플이 각자 연인 또는 부부의 관계를 이어가던 중 그 관계가 어긋나거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댄(주 드로 분)은 출근길에 앨리스(나탈리 포트만 분)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녀의 연인이 되지만, 그 후 댄이 사진작가인 안나(줄리아 로버츠 분)에게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의 남편인 래리(클라이브 오웬 분)와 앨리스마저 관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죠.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에서조차도 결국 각자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그 이면을 잔인할 만큼이나 솔직하게 보여준 영화라 평가합니다.

영화에서는 댄의 적극적 구애로 기존의 부부 또는 연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안나와 댄이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안나가 래리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래리가 이를 거부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이는 이혼 법제와 관련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문제는 유책배우자도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함을 이유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인데요. 

우리 대법원은 계속해서 민법 제840조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아니한 사정 등”에 있어서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도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사유를 들어 재판상의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혼인 또한 계약의 일종이므로, 가족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약관계에서도 계약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일방 당사자는 그 계약관계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대법원에서 시공자에 해당하는 건설업자가 공사도급계약의 일방적 해지를 통보한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공사도급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서 대법원이 흥미로운 판단을 한 것이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계약 해제․해지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계약 해제 등의 효력이 없음이 본안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은 손해가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전보될 수 있고, 달리 금전적 손해배상의 방법으로는 그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없는 반면, 상대방의 협력 없이 그 계약의 이행 자체를 강제적으로 관철하기 어려운 성질의 계약인 경우에는 그 계약위반 및 이로 인한 손해를 주장․입증하여 손해배상의 권리구제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계약의 이행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함에는 한층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도급계약이 체결된 뒤 그 일방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해당 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경우에 서 그 계약 해지의 효력을 가처분을 통해 임시로 정지시킨다 하더라도 이미 계약의 쌍방 당사자 사이의 계약관계가 파탄되어 해당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관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처분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그 계약의 일방적 해지로 발생한 손해를 금전으로 모두 배상할 수 있다면 또한 가처분으로 계약 해지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계약의 이행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뜻의 라틴어 법 격언입니다. 그러나 법은 때로는 약속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당초 약속을 한 목적을 망각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종국에는 당사자들에게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도 고려함을 영화 ‘클로저’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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