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의 두 여중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5월 12일 충북 여성단체가 성안길에서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의 두 여중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5월 12일 충북 여성단체가 성안길에서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중학생인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죽음으로 내몬 50대 계부가 징역 25년을 확정받은 가운데, 법조계에선 수사 과정에서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25년과 각종 제한 조건을 선고한 원심을 어제(15일) 확정했습니다.

A씨는 여중생인 의붓딸을 성추행·성폭행하고 딸의 친구인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습니다. 

피해 여중생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그해 5월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B양은 편지지 2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라며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라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범죄는 부인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의붓딸 성폭행 부분을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의붓딸이 경찰 조사 당시 성폭행 사실을 분명히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반면 2심은 의붓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도 유죄로 인정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 의무를 저버린 채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죄책도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A씨는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판결 직후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에 감사드리며, 관심을 가진 언론에도 감사를 드린다”며 “대법원 판결을 보고 이번 사건이 객관적 증거를 뒤늦게 확보한 탓에 나온 비극이란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건은 영장이 3번이나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고, 1심 판결에서 피고인의 의붓딸 강간 혐의는 무죄였다”며 “국가는 두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유족들이 증거를 찾아 제출하기 전까지 왜 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는지 타당한 설명을 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족들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4월 대한민국과 청주시장을 상대로 입증 자료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관련해서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증거가 가해자의 유죄 판결에 중요하게 작용했거나, 빨리 기소되지 못했던 이유였다면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수사기관이 면할 방법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성년 피해자가 입은 성폭행 사건, 특히 보호자에 의해 이뤄진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아이들의 진술을 보다 면밀하게 따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 지침이 필요하다”며 “피해자한테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다 보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혹한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분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반영할 필요도 있다”며 “유가족들이 이런 부분을 다투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를 조금 더 자극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게 안타깝다”며 “10대 미성년 피해자를 일반 성인 피해자와 똑같이 바라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피해 맥락을 충분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의 전문성을 더 확보하고 역량 강화를 통해 피해자 진술에 대해 더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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