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지식재산의 활용례와 법률자문의 중요성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제74회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드라마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회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최초의 수상이라고 한다. 수상 이후의 축제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이런저런 다양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으로 이른바 K-콘텐츠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과연 위상에 걸맞은 경제적 이익이 우리에게 돌아왔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은 조금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은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의 처리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넷플릭스 돈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판권 및 저작권 등 콘텐츠 IP는 영구히 넷플릭스에 귀속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킹덤>, <승리호> 등은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넷플릭스가 IP를 모두 가져갔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받아 기분은 매우 좋지만 실제로 지갑이 두꺼워질 주인공은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도 황동혁 감독도 아니다. 바로 넷플릭스다. 

지난 여름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중에게 비교적 생소한 케이블 채널인 ENA를 선택한 사정도 다름 아닌 콘텐츠 IP 때문이다.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IP를 그대로 보유한 채, 오직 방영권만을 구매할 채널을 물색했다. 넷플릭스에게도 방영권만을 주었다. 이로 인해 에이스토리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든 웹툰을 이미 다섯 나라에 수출했고, 현재 세계 업체 수십 곳으로부터 받은 리메이크 제안들을 검토 중이다.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 콘텐츠 IP는 저작권과 상표권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재산 다발

이런저런 드라마 이야기를 들어보니, 콘텐츠 IP라는 건 어지간하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은 온다.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콘텐츠 IP는 ‘특정 콘텐츠를 여러 장르로 확장하고 부가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재산권 다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다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IP(지식재산권) 자체가 여러 가지 구체적인 권리들을 모두 포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IP는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 퍼블리시티권 등 다양한 권리를 모두 아우른다. 그중 가장 주요한 권리는 ①저작권②상표권이다. 

①저작권은 장르적 확산과 관련된다.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바꾸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일 동화 창작자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 IP를 누군가에게 모두 넘겨주었다면, 창작자는 더는 원작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를 제작할 수도 없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나누어 가질 수도 없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은 콘텐츠 IP 중 저작권과 관련한 안타까운 사례다. 동화 『구름빵』은 2004년 처음 출간된 이후 시간이 흐르며 점차 큰 인기를 누리며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작자인 백 작가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한 이익을 전혀 분배받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제작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출판사와 ‘매절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매절계약은 앞으로의 판매량과 관계없이 작가에게 일정 금액을 일괄 지급한 후에 출판사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을 출판사가 영구적으로 독점 양도받는 방식의 계약을 일컫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런 식의 ‘심플’한 계약이 많았다. 아직 콘텐츠 IP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기였다.

②상표권은 캐릭터 상품 등 부가 산업의 창출과 관련된다. 유아용 애니매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음료나 과자를 생각해보자. <포켓몬스터>는 또 어떠한가. 이처럼 콘텐츠 IP의 권리자가 완구·문구·식음료·의류 사업자에게 자신의 IP를 브랜드로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로열티를 지급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상표권의 영역이다. 

과거에는 완구·문구 등 사업자가 콘텐츠 IP 권리자로부터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라이선스 형식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블록 장난감 제조 기업인 레고 그룹은 필자가 어린이였을 때만 하더라도 디즈니 등 거대 콘텐츠 기업의 IP를 라이선스한 제품을 주로 판매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레고는 ‘닌자고’, ‘레고 무비’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 유통함과 동시에 이에 기반한 블록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구 제조사인 주식회사 손오공이 자회사인 초이락컨텐츠컴퍼니를 통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내 자체 IP를 확보했던 예가 있다.

■ 중요성에 비해 법률적 사전 점검은 부실한 거래 현실

콘텐츠 IP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이를 둘러싼 분쟁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IP 거래는 앞서 언급한 ‘구름빵 사건’을 비롯한 여러 분쟁을 반면교사로 점차 정교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많은 당사자들이 법률 전문가를 ‘사건이 터진’ 후에 찾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창작자 혹은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직 문제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일명 ‘IP 계약’은 우리 민법전에 따로 올라와 있지 않다. 매매·임대차·도급·고용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법전에 주요한 내용을 미리 정해둔 ‘전형계약’과 달리 IP 계약은 ‘비전형계약’에 속한다. 무슨 의미일까? 처음부터 당사자가 정교한 합의를 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IP 권리자가 정당한 권리자인지, IP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를 기초로 IP의 어떤 부분을 넘겨줄 것인지, 양도가 아닌 이용허락이라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이용허락인지, 양도대금 혹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최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필요하다. 

놀랄 만한 콘텐츠의 등장이 골치 아픈 법률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으려면 예방이 최우선이다. 콘텐츠 IP가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미리 호미질을 해두는 작은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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