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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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보복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김병찬(36)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5년 더 늘어났습니다. 유족들은 “사형을 내려달라”며 오열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부장판사 이규홍)는 오늘(23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0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의 15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유지됐습니다.

앞서 김씨는 “경찰신고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인한 것이 아니며 원심의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또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으며 가족과 친척 모두 재발 방지를 다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원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냈고,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는 같은 해 12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A씨의 스토킹 신고로 화가 나 살인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주거침입, 특수협박, 특수감금,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날 김병찬이 죄수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오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보복 목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라는 김병찬 주장에 대해 “‘칼손잡이 미끄러움’ 등을 검색한 바 있고, 피해자 직장을 찾아가 ‘찌르면 어떻게 하려고’라는 식으로 협박했다”며 “접근금지 등 잠정통보받고 보복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인 것으로 살인죄는 가장 중요한 범죄”라며 “새로운 양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칼손잡이 미끄러움 등에 대해) 검색하고 범행 전날 모자와 식칼을 구입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으며, 실제로 피해자에게 살해를 암시하는 위협도 했다”며 “게다가 이러한 행위 대부분은 경찰관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공권력 경고 이후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범행 당일에는 저항하는 피해자의 명치, 목, 복부 등을 찌르고 바닥에 주저앉은 피해자의 목을 베어 살해했다”며 “굉장히 계획적이고 잔혹해 피해자가 느꼈을 여러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1심에서 김병찬이 제출한 반성문 내용 일부도 공개됐습니다. 

재판부는 “6월 8일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100번 잘하다 1번 잘못하면 모든 게 제 잘못으로 치부되는 게 안타깝다’는 내용이 있다”며 “항소심에선 보복 목적이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점에 비춰봐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고 이전에 실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반성과 더불어 유가족에 대한 보복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건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그래도 원심의 형량이 다소 가볍다는 주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공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유족들은 선고가 내려지자 “죽어도 마땅한 놈이 살겠다고 한다”며 “김병찬을 사형에 처해 달라”며 오열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어머니는 기자들과 만나 “사형을 내리지 않아 억울하다. 스토킹 범죄자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가족들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피 끓는 심정을 알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피해자의 동생은 “스토킹 범죄는 일상을 불안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법정에서는 살인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런 형량이 나온 것 같은데, 언니의 생전 힘들었던 부분도 감안해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말로는 우리를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고 볼 일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집과 부모님이 일하시는 곳까지 다 알기 때문에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나오지 않아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신당역 살인사건처럼 유족 입장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걸 보며 시스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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