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고금리에 멋모르고 이용하는 서민 '울상'
카드사 총수익 중 20%가 '리볼빙 서비스'에서 나와
"관련 법 개정 통해 금리 낮추는 등 대책 마련돼야"

 

 

[앵커]

‘카드 리볼빙 서비스’ 라는 게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 달 쓴 카드 대금 결제를 나중으로 미뤄 결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카드 회사 ‘서비스’인데, 당연히 그냥 미뤄주는 게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기획,

오늘은 대부업 아닌 듯 대부업인, ‘발톱 감춘 고리대금’에 비유할 만한 카드 리볼빙 서비스 얘기입니다.

이철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한모씨,

지난 2015년, 결혼자금 준비로 어려움을 겪던 한씨는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습니다.

사용대금의 10~20% 정도만 납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나중에 나눠 내면 되는 이른바 ‘리볼빙 서비스’가 있다는 겁니다.

정식 명칭은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으로 매월 대금 결제 시 미리 약정한 청구율이나 청구액만큼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월해 나눠 내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한모 씨 /카드 리볼빙 이용자]

“경제적으로 힘들 때 마침 카드사에서 연락이 와서 리볼빙이라는 상품이 있다고 얘기를 해주는데, 매달 나가는 돈이 똑같으니까 생각없이 써봤는데..

단순 카드 할부 정도로 생각했던 한씨는 몇 달 뒤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들여다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뒤로 밀린 카드대금 800만 원에 20%를 넘나드는 이자가 붙어, 매월 이자로만 15만 원 정도가 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모 씨 /카드 리볼빙 이용자]

“내가 은행 가서 대출을 받아서 하는 게 낫지, 리볼빙이라는 걸 뭐하러 쓰겠냐 이거예요. 물론 내가 썼으니까 할 말은 없는데, 카드 수수료가 이 정도라고 누가 생각을 하겠냐 이거죠."

여신금융협회 공시 자료에 게재된 신용카드 리볼빙 적용 금리입니다.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모두 이용자 네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20% 이상의 고금리를 물고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 카드도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높은 이자율을 물리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이용자의 5분의 1이, NH농협은행은 3분의 1이, 씨티은행은 무려 이용자의 3분의 2 정도로부터 20% 이상의 높은 이자를 받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카드 대출과 리볼빙 서비스가 연계된 이른바 ‘대출성 리볼빙’ 서비스의 경우엔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인 연 25%를 넘겨 이자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카드는 이용자 16% 이상이, NH농협은행은 26% 이상이, 씨티은행과 현대카드의 경우 이용자 절반 가까이가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 25%를 초과하는 26~27.9%의 이자를 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드회사나 시중은행이 이자제한법을 넘겨 이자를 받고 있지만 불법은 아닙니다.

카드 영업은 최고 27.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일반 카드 이용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준호] 
"실제로 금리를 그렇게 적용하는 것도 몰랐고, 따지고 보면 카드업이 그나마 좀 낫고, 그다음 캐피탈사 저축은행, 그다음 대부업 이렇게 가는건데."

더 큰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를 해지하면 다음 달에, 누적된 카드 대금이 한 번에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대부업체 등에서 빚을 내 리볼빙 대금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급한 마음에 우선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악성 채무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입니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리볼빙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김모 씨 / 카드 리볼빙 이용자]

“전달에 넘어온 금액들이 22%가 묻어 있어서 제 통상금액 50만원이 똑같은 거예요 전혀 의심해볼 수 없었어요. 카드가 없어서 3개월 동안 안 쓰고 있었는데, 계속 카드값이 나오는 거예요, XX카드가, 그래서 알게 됐어요. 리볼빙이 설정되면서 손해본 게 500만원이에요.”

이렇게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국내 한 대형 카드회사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선 영업 관행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A카드회사]

"영향은 받으세요. 영향은 받으시는데, 이거는 미납되지 않는 게 아니고 약속을 미룬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미납되는 것보다는 신용도가 영향을 덜 받는 거예요.“

[B카드회사]

(글을 보니까 대부업이랑 마찬가지라던데 그건 아니에요?)

"대부업은 아니죠 저희는. 그냥 카드사입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회사 수익의 20% 정도가 카드 리볼빙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업 금리도 이자제한법 최고 이율에 맞춰 적용해야 하고, 최고 이자율 자체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 대부업법, 이자제한법 개정 대표발의]

“대부업에 대한 어떤 경각심이 생겨나니까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카드 리볼빙 같은, 서민들에게 심리적 장벽이 적은 고금리 상품들이 자꾸 나오고 있는데 서민들의 경우는 일단 고금리의 함정에 빠지면 절대 거기에서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카드 회사가 권유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카드 이용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카드회사들의 이른바 ‘불완전 판매’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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