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삼륜' 된 법조삼륜 - 2016년 법조 비리 스캔들 - 검찰 68년 역사상 초유 현직 검사장 수뢰로 구속돼 - 법조계 '공정'과 '청렴'에 대한 국민신뢰 완전히 추락

법률방송뉴스(www.ltn.kr)는 창간특집 기획 두번째로 <무너진 법조삼륜, 근본개혁 시급하다>를 오늘부터 보도합니다. 2016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법조 비리의 실태와 해법을 ①'비리삼륜' 된 법조삼륜 - 2016년 법조 비리 스캔들 ②1990년대 이후 대형 법조 비리 사건 ③자구책 마련 나선 법조계 ④법조 비리, 근본 해결책 무엇인가 순으로 4회에 걸쳐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들께 실망과 충격을 안겼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 드립니다"

김수남(56) 검찰총장은 지난 9월 3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청렴서약식에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준(46) 전 부장검사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김 총장이 현직 검사의 비리 문제로 사과한 것은 김정주(48) 넥슨 대표로부터 주식과 차량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된 진경준(49) 전 검사장 사건에 이어 올해 벌써 두 번째였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9월 1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웅(57) 법무부 장관도 앞서 진 전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상응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수장인 양승태(68)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김수천(57)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10년 만의 일이었다.

양 대법원장은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이라며 "먼저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직 검사장 구속'… 68년 검찰 역사상 초유의 사태

차관급인 진경준 전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검찰 간부로 재직하던 당시 넥슨으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파문은 청와대까지 번졌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 전 검사장을 통해 넥슨코리아에 처가의 부동산을 공시지가의 2~3배 가격인 1천325억 9천600여만원에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진경준 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등 9억5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연합뉴스

의혹은 당시 고가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고심하던 우 전 수석의 고충을 김정주 대표가 해결해줬고, 우 수석은 김 대표를 소개해준 대가로 지난 2015년 2월 진 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인사검증 담당 책임자로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눈감아줬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거래에 대해 '사인 간의 거래'로 규정,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 냈다. 현재 그는 가족회사 자금 횡령, '최순실 의혹'에 대한 직무유기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9월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동창'으로부터 접대와 금품을 받고 관련 수사를 무마시키려 한 혐의(뇌물수수 및 증거인멸 교사)로 지난달 17일 구속 기소됐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현직 검찰 간부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29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을 드나들며 고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2천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각종 명목으로 7차례에 걸쳐 3천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밖에도 자신의 비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기·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김씨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지우고 휴대전화와 장부를 없애도록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최고 수준의 징계인 해임을 의결했다.

 

■ '정운호 게이트' 연루 현직 부장판사, 전관 변호사들 줄줄이 구속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에 홍만표(57)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 최유정(47)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 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마카오 등지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외상으로 하고 한국에서 회삿돈을 이용해 갚는 등 상습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해 말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정운호 사건이 법조 비리로 번진 것은 그가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던 지난 4월 구치소에서 자신의 변호인이던 최유정 변호사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현직 부장판사, 전관 변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법조 비리' 추문의 시발점이 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 연합뉴스

최 변호사는 자신을 폭행한 정 전 대표를 고소했고 이때부터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 씨로부터 재판부 청탁 등의 명목으로 수임료 50억원씩 모두 100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전 대표를 둘러싼 법조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검찰이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 2014~2015년 변론을 맡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로비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정 대표로부터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 2011년 변호사 개업 직후 정 전 대표로부터 "지하철역 내 화장품 매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메트로 관계자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4~2015년 각종 재판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외제차 레인지로버를 포함해 총 1억8천124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9월 20일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정직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 '비리 3륜'된 법조계, 근본 개혁 시급

판사, 검사, 변호사. 법조를 지탱하는 3개의 바퀴라는 의미로 흔히 '법조 삼륜'이라 부른다.

이 3개의 바퀴가 저마다 역할을 다하며 제대로 잘 굴러갈 때 사법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2016년 잇달아 불거진 법조 비리 사건으로 국민들의 사법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대법원과 검찰이 각각 '고강도 대책'이란 것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정과 청렴은 바로 우리 검찰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말 그대로다. 법조계가 뼈를 깎는 것 그 이상의 자성과 실천 노력을 통해 그 존립 기반을 되찾을 수 있을지, 한국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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