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5년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 도입... 525개 기업에 할당
A시멘트 "제도 도입 후 지난해 영업 손실 45억원... 올해 2배 예상"
시멘트 업계, 비용·수익 직결돼 민감... 업체간 얽히고 설킨 소

 

 

[앵커]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공장을 돌리다 보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 이 탄소 배출 총량을 정하고 업체들끼리 알아서 할당받은 배출량 한도 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서로 거래하게, 즉, 덜 배출한 업체와 더 배출해야 하는 업체들끼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서로 사고팔게 하는 제도입니다.

업체들 입장에선 일단 배출량을 많이 받는 게 최우선인데 이 탄소 배출권을 두고 시멘트 업계에서 소송전이 난무하는 등 사달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석대성 기자가 탄소 배출권을 둘러싼 시멘트 업계 갈등의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의 한 시멘트 생산 업체입니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 업체 가운데 하나로 이 공장에서만 연간 400만톤 정도의 시멘트를 생산합니다.

업종도 업종이고 생산량도 많다 보니 공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코펜하겐 정상회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상 전망치의 37%까지 감축하겠다"는 이행 목표를 제시했고, 지난 2015년 이른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525개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권을 할당했습니다.

배출권 거래 1차 계획 기간인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시멘트 업계에 배당된 총할당량은 모두 1억2천800만톤.

업계 통상 배출량보다 7% 정도 줄어든 규모입니다.

배당받은 할당량을 초과하는 업체는 다른 업체에 돈을 주고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합니다.

올해 탄소 배출권은 톤당 2만3천700원, 지난해 톤당 1만7천원보다 40% 가까이 올랐습니다.

탄소 배출권을 사 오지 못하면 톤당 최대 10만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합니다.

배출권 거래 가격은 갈수록 급등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는 할당받는 배출량 자체가 더 줄어듭니다.

할당받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비용과 수익에 직결되다 보니 업체로선 당연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A 시멘트 업체의 경우 탄소 배출권 거래제로 지난해에만 45억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봤고, 올해 영업 손실액은 지난해의 2배까지 뛸 것으로 예상합니다.

[A시멘트 관계자]

“(지난해 영업 손실) 금액의 한 2배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손실금액은. 작년보다는 더 손실금액이 클 겁니다.”

내년엔 배출권 부족량에 따른 시멘트 업계 부담 비용이 700억원을 훌쩍 넘길 거란 전망입니다.

관련해서 시멘트 업계에선 소송전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통상 배출권 할당은 기존 운영되던 생산량에 공장이 신설되면 추가로 더 받는 방식으로 할당되는데, 기존 생산 중단 공장을 재가동하며 공장을 신설했다고 신고하는 식으로 할당량을 더 받아가 사달이 벌어진 겁니다.

현대시멘트,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아시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거의 모든 시멘트 업체가 소송에 휘말려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할당량을 더 받아간 업체에 대해 "잘못 배분된 탄소 할당량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취소된 할당량을 어떤 식으로 업체에 다시 나눠줄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아 법정 공방은 항소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제(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 승소한 업체 측은 "취소된 할당량을 다시 재배분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고, 취소된 업체 측에선 "이미 배분받은 할당량이 취소됐는데 왜 소송을 계속해야 하느냐, 소송을 각하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어수선한 공방이 계속됐습니다.

애초 주무 부처로 할당량을 잘못 배분했던 환경부는 중간에 쏙 빠졌고, 업무를 이관받아 현재 배출권 할당 권한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근데 그거는 지금 쟁점이 돼서 다투고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아직 확정이 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건 누가 맞다, 안 맞다 말씀을 못 드릴 것 같아요."

소송으로까지 비화하긴 했지만,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단순히 시멘트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계 전체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주먹구구식 배출권 할당이 아닌 관련 업계 모두 공감하고, 순응하고, 따라올 수 있는 배출권 할당 기준 마련과 시행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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