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유진메트로컴 등 관계자, 사고 2년 만에 첫 재판
피고인들 "책임 없다"... 피해자 아버지는 눈물 흘리며 법정 나가
1년 후 '판박이' 구의역 사고 발생... 재발 방지 대책 있기나 했나

 

 

[앵커]

지난 2015년 8월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혼자서 스크린도어 점검 작업을 하던 29살 청년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습니다.

작년 5월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의 전조이자 판박이 사건이었습니다.

강남역 사고 당시 서울교통공사 등은 잘못했다고 백배 사죄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사고가 계속 일어난 겁니다.

2년이 흘렀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그 후 이야기를 김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입니다.

지난 2015년 8월 이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조모씨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습니다.

열차에 끼어 20미터를 끌려간 참혹한 죽음, 사망 당시 조씨는 29살, 1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습니다.

2년이 흐른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철 2호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와 조씨를 고용했던 유진메트로컴 등 관계자들에 대한 과실치사 등 혐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모두 자신들에겐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씨를 고용했던 유진메트로컴 측은 “본사 대표 정씨는 피해자가 혼자 출동해 작업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방치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술본부장 변호인은 “사고 당일이 토요일이라 근무를 안 해서 피해자가 혼자 출동해 메트로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작업한 걸 몰랐다”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지시도 승인도 없었는데 조씨가 그냥 토요일 오후에 혼자 나가 일하다 죽었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책임 소재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혼자 작업한다고 해서 서울교통공사 측에 이를 제지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한마디로 ‘조씨가 죽은 건 미안하지만 우리 책임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사고 당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백배 사죄한다던 모습과는 180도 태도가 달라진 겁니다.

[정병주 변호사 / 피해자 측 고소대리인]

"규정을 만들고 제대로 그걸 지키게 관리를 했다든가 적어도 열차를 멈추고 진행을 했다든가 그런 식의 규정의 하나만 있었다 하더라도, 하나만 지켜졌더라도 사망하지 않았을 거란 그 점은 충분히..."

오늘 재판정엔 숨진 조씨의 아버지도 나와 아들의 죽음과 관계된 사람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을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조씨 아버지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빠져 나갔습니다.

결혼을 앞뒀던 20대 아들의 허망한 죽음.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더 허망한 현실.

강남역 사고를 겪고도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한 지하철은 1년 뒤 구의역에서 스무살 청춘을 똑같은 사고로 또 잃었습니다.

숨진 청년의 주인 잃은 가방에선 밥은 제때 먹고 다녔는지, 컵라면이 나왔습니다.

법률방송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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