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당분간 불편해도 이해하고 지키는 수밖에 없다"

2016년 한 해 대한민국에 불어온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을 꼽자면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이다.

한국사회의 관례처럼 여겨지던 접대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가 더 위축되고 있다는 지탄의 목소리도 있다.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실제 법 위반자를 처벌하게 될 법원의 해석에도 차이가 생기면서 김영란법은 법 적용 대상인 국민 스스로가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런 혼란상을 해결하기 위해 최초로 김영란법 해설서인 <청탁금지법 해설>(박영사 발행)을 출간한 인물이 있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홍성칠(58)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홍성칠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빽과 연줄의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은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목적은 소위 빽과 연줄로 통하는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들고, 공직 부패를 방지해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직사회의 부패가 대한민국이 공정사회,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엄청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이어 “국민들이 청탁금지법을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법의 적용례와 법원의 판례를 통한 해석례가 쌓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이 입법 취지를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키도록 노력하면서 일단은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성칠 변호사가 출간한 <청탁금지법 해설>.

▲김영란법 제정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에 근무했는데, 시행 한 달이 지난 현재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 공직자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일단 조심하고 있고 언론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법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알려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애매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수 있기는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대체로 법이 잘 자리잡아가는 중이라고 본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고려했던,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 소위 빽과 연줄로 통하는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들고, 공직부패를 방지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동안 공직 부패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공직자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심각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고 공직사회의 부패가 바로 대한민국이 공정사회,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데 막대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되게 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거나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이 법이 과거 관습이나 도덕 등 사회적 윤리규범 영역에 속하던 분야를 실정법으로 규율하는 것이라서 규율 대상자는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되고 법에 대한 저항감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사교하고 서로의 애로사항을 털어놓던 소소한 일상생활 영역까지 법으로 규율하기 때문에 현실을 너무 모르는 동떨어진 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단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혼란이 상당히 크다고 보여진다.

▲시행 과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 이 법 적용 대상자를 재산등록하는 고위공직자들로 한정해 우선 시행하고 몇 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모든 공공기관의 공직자들로 범위를 확대해갔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고위공직자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게 되고 국민들이나 공직자들도 충격과 혼란을 줄일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 법리적으로나 가치판단 부분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무난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언론의 공적 기능을 들어 언론사의 임직원을 공직자 등에 포함시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 부정청탁 유형과 관련해서도 언론은 연관성이 부족하며, 언론사에 대한 규제는 언론관계법령에서 규제할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위헌 여부를 떠나 입법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김영란법 해설서를 썼다. 이 책을 준비한 이유가 무엇인가.

- 이 법은 한마디로 국민의 일상 습관이나 생활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이나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크고 일정 기간 혼란이 예상됐다. 공직자들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지 못해 자칫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필요 이상으로 행동을 조심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직사회의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소통부재로 인해 효율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청탁금지법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설서를 쓰게 됐다.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 이 책은 청탁금지법을 그야말로 순수하게 법리적 측면에서, 문리적 해석을 위주로 법 이론과 기존의 판결례에 충실해 해설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입법정책적 측면이나 가치판단적 측면에서의 주장이나 해설은 가급적 줄여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권익위가 김영란법 관련 해석을 도맡아하고 있는데, 업무 과잉의 우려도 있다.

-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을 발의한 소관 부처이므로 우선은 권익위에서 국민의 질의에 답변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권익위도 인력의 한계가 있어 업무가 과잉되고 질의에 대한 답변이 많이 밀린 상태라고 들었다. 그리고 법의 해석은 수사기관의 법 적용을 통해 사건화된 뒤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애매하거나 경계선상에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김영란법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

- 그렇다. 국민들이 청탁금지법을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법의 적용례와 법원의 판례를 통한 해석례가 쌓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선 이 법의 입법 취지는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키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서 시정되겠지만 일단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된다.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을 지냈는데, 행정심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땠나.

- 국민들이 행정심판제도 자체를 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꾸준한 홍보와 심판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고 이제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판사로 17년을 근무했는데, 최근 법조 비리나 판사 구속 사태 등을 보면 남다른 감정이 들 것 같다.

-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다 그리 됐나 싶기도 하고, 참으로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판사가, 나아가 법조인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누구나 자신의 역할과 직분에 맞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지위나 책임이 막중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자신을 경책하고 돌아보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법조인들이 모두 자신의 직분과 책임을 수행하면서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다보면 상처받은 신뢰도 다시 조금씩 회복되리라 생각한다.

▲법률방송이 개국 10년을 맞아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대와 당부가 있다면.

- 법률방송이 법조 및 법률 분야 전문 방송으로서 그간 많은 역할을 하면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인터넷신문을 창간한다니 먼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상당히 기대가 크다. 앞으로 법조인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 언론으로 자리 잡아가기를 바란다.

 

<홍성칠 변호사 프로필>

▲1958년 경북 예천 출생 ▲대구고, 성균관대 법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석·박사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 합격 ▲ 인천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고법 판사 ▲상주시 선관위원장 ▲대구지법 상주지원장 ▲법무법인 로직 대표변호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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