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헌의 물줄기는 사법부의 완전한 독립에 놓여져야 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헌법이 개정되면 6공화국 시대는 저물고 7공화국의 시대가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은 개헌에 쏠려가고 있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1987년 국민들의 여망과 투쟁으로 제5공화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권력구조의 개편이었고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었다.

국민들이 직접 국가 최고 지도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권력구조라면 아무리 좋은 통치 행위라 하더라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민주공화국이고 엄연한 법치국가이다.

87년 직선제 개헌을 한 지도 어언 30여년이 흘렀다. 사회변화 속도와 국제환경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87년 개헌 내용이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기엔 미흡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개헌은 선거가 임박할 때마다 여의도 정치권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구체적인 해법과 지향하는 목표 없이 습관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절실한 과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상투적 이해관계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았다.

왜 개헌이 필요하고 개헌으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에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지 잘 설명되지 않았다. 툭하면 4년 중임제니 이원집정부제 운운하며 대통령 제도에만 집착하다보니 국민들도 넌더리가 난 셈이다.

개헌을 논하려면 87년 제9차 헌법 개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국민들이 우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 너무도 당연하지만 87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임기는 5년 단임제였다.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을 가지지 않지만 긴급명령권, 긴급재정 및 경제처분권과 명령권을 가진다.

대통령의 권한이 다소 약해진 것으로 당시에는 해석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시각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함을 알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다는 의미는 3권 분립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즉 대통령의 통치 권한이 더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제 5공화국 헌법과 비교하면 국회의 권한과 사법부의 권능은 강해졌다. 헌법위원회 제도가 폐지되고 제도적인 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가 설치되었다. 지방자치도 이 법을 통해 첫 걸음을 떼었다.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대에 맞게 헌법을 국민의 기본권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3권 분립을 더 강화해야 하는 숙명적 기로에 서 있다.

개헌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다. 정치적 의미와 경제적 목적이 크지만 법 자체로서의 함의가 상당하다.

87년 개헌 이후에도 우리 사법부와 법조계는 신뢰의 문제에 시달려왔다. 사법부 독립과 검찰의 독립적 수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지극히 당연한 진리이지만 그 순수성을 의심받아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검찰의 수사는 많은 경우 정치적으로 평가받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민들의 집중적인 의혹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1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27%로 나와 가장 낮은 칠레(19%)를 간신히 앞서는 수준에 그쳤다.

물론 대법원에서는 우리의 발전된 법률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클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대목은 이것이 기술적인 평가도 아니고 전문가 평가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데 있다.

사법제도 운영에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법정의는 사상누각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데는 법조계의 내부 문제도 있겠지만 조직 내 정의를 실천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권과 외부 세력의 불편한 개입 탓이 크다.

이제 수명이 다한 기존 헌법을 대체할 제7공화국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개헌은 권력구조 변경도 중요하겠지만 더 큰 물줄기는 사법부의 완전한 독립, 정치권과 외부 세력으로부터 철저한 차단에 놓여져야만 한다.

제 7공화국 선포식이 사법부의 실질적인 독립기념일이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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