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5개 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금지
헌법소원, 외국투자기업 "풀어달라" 요구
"안전 우선" vs "4륜차와 차별" 찬반 팽팽

[앵커]

내일부터 열흘 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고속도로 이용해서 고향 가시는 귀성객들 많으시죠. 꽉 막힌 도로에 있다 보면 혹시 오토바이 타고 빠져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실 법도 한데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저희 법률방송은 장기 기획으로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제한’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예고편입니다.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불허하는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한국밖에 없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원래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불허한 것은 또 아니었다고 합니다. 장한지 기자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경부고속도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앞입니다.

왕복 10차선 고속도로에 승용차와 승합차, 버스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입니다.

역시 ‘자동차 전용도로’로 오토바이는 단 한 대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오토바이 진입 금지, 다른 나라에서도 당연한 일일까요.

미국의 한 고속도로입니다.

쭉 뻗은 고속도로 위를 오토바이가 시원하게 내달립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어렵지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금지는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8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될 당시만 해도, 250cc 이상 오토바이는 고속도로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3륜차와 2륜차, 그러니까 바퀴 네 개 4륜 자동차 아닌 차량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1972년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후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금지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걸로 인식이 됐고, 지금도 운전자 대부분은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에 부정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하영봉(50) / 서울 종로구]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요. 저도 오토바이 타봤지만 오토바이가 사고의 덩어리잖아. 다니면 절대 안 되죠. 고속으로 달리는데 오토바이로 인해서 사고가 나면...”

반면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자는 쪽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같은 이른바 교통 선진국들은 그럼 안전을 무시해서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허가하고 있냐‘는 겁니다.

실제 OECD 국가 가운데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전면 불허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정도만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불허하고 있고 중국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준한(28) / 오토바이 애호가]

“(고속도로) 통행을 제한하는 건 마치 해상로에 비유하자면 열려있는 운하를 막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실제로 배에 톤수가 다르거나 종류가 다르다고 해서 차단을 하는 건 아닌데...”

또, 오토바이와 자동차 모두 자동차관리법상 같은 규제를 받는데 오토바이만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차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제기됐지만 헌재는 관련 도로교통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륜차는 교통사고 위험성, 사고 발생시 치사율 등이 매우 높다”며 “고속도로 등에서 이륜차 통행을 허용할 경우 이륜차는 물론 일반 자동차의 안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었습니다.

실제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면 자동차 사고는 100건당 평균 3명이 사망하는데 비해 오토바이는 100건당 8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고소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꽤 있어서, 지난 5년간 매년 2천~3천 건씩 적발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고속도로 오토바이 사고가) 8건이 발생했는데 그 중에 6명이 사망을 했거든요. 치사율이 75%가 나오고...”

여기에도 또 반론이 있습니다.

사고 발생 비율 자체는 오토바이가 자동차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오토바이 운전에 따른 위험 부담은 운전자가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고속도로에 보행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진수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장]

“막연하게 국민들이 이륜차, 즉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지금도 가보시면 강변북로, 불법이겠지만, 악법도 법이니까, 그 길을 오토바이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안 나요.”

이에 대해서도 고속도로 상태나 환경, 운전 습관 등이 국가마다 다른데 ‘막연히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만 안 된다, 허가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연호 변호사 / 김연호 국제법률사무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차선의 폭이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차량 사이에 이륜 차량이 통행하는 데에서 불편 사항이 없고...”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주한미국상의 등은 고속도로 오토바이 진입 규제가 한국에만 있다며 이를 풀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해묵었지만 계속되고 있는 논쟁,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허가, 부분적으로라도 허가가 날지, 정부 결정이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