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 작전과장, 부하 군인에 수차례 욕설과 폭언... 보직 해임
1심 "장교와 사병 훈계 과정서 욕설과 폭행... 해임 부당"
2심 "군 사기와 단결력 저해 비위 행위... 직책 수행 부적합"

오늘의 판결, 전방 사단 예하 일선 대대 작전과장이 훈련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 부하들의 행동이나 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들에게 욕을 하고 폭언을 합니다.

일선 대대 작전과장은 소령급 보직입니다. 대대장을 보좌해 소속 대대의 작전 계획과 훈련 계획 등의 수립과 실행을 책임지는 대대 핵심 보직입니다.

그런데 이 작전과장은 지휘통제실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군인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모양입니다. 폭언은 장교와 사병을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 굳이 안 봐도 어떤 식의 말들과 분위기였는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군대에서 직속상관은 말그대로 '생사여탈'을 쥔 존재입니다.

군대니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어느 정도 거친 말이나 호통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는지 해당 부대 사단장의 기준이 많이 엄격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단장은 "폭언과 욕설을 해 부대 단결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이 작전과장을 보직에서 해임합니다. 

해임 사흘 뒤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는 이 작전과장에 대한 보직해임을 공식 의결합니다. 이 작전과장은 보직해임에 불복해 군 인사위에 소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냅니다.

일단 군인사법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나 도덕적 결함 등 즉시 보직에서 해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심의위 의결에 앞서 장교를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작전과장은 자신이 폭언이나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업무를 소홀히 한 간부나 병사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일 뿐, 심의위 의결 전에 급하게 보직에서 해임해야 할 하등의 이유와 불가피성은 물론 아예 해임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전과장의 항변입니다.

1심 재판부는 "A씨를 즉시 작전과장에서 해임하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하고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로 작전과장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작전과장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폭언이나 욕설도 간부나 병사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 만큼 직무수행 능력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판단은 1심 재판부와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육군 소령 A씨가 B사단장을 상대로 "보직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부하들에게 폭언을 한 장교에 대한 보직 해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A씨가 부하 군인들의 잘못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다소 격한 어투를 쓰는 것을 넘어 반복적으로 부하 군인들의 인격을 모독해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부하 군인들에게 적정한 지휘와 통솔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직책을 계속 수행하는 건 부적합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한마디로 홧김에 우발적으로 한 욕설이나 폭언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부하 군인들의 인격을 모독해 직책을 수행할 자격을 상실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를 보직에서 해임해 얻게 되는 군대 내 기강 등의 공익은 그가 입을 불이익에 비해 훨씬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재산의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에서 A씨의 비위 행위는 군의 기강과 결속력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부하 군인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행위를 '비위 행위'라고 질타했습니다.

한마디로 부하 군인들에 대한 습관적인 폭언과 욕설은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니 '즉각 해임'이 정당하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좋은 것도 아니고 부하 군인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로 소령 계급 대대 작전 과장의 직책에서 해임되고, 이에 불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군을 상대로 소청과 소송까지 냈으니 대법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소령이 더 진급하기는 아마 많이 힘들 겁니다.

1심 재판부 판결을 보니 작전과장으로서 '업무 수행 능력' 자체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본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억울했으니 소청도 하고 소송도 냈을 겁니다.

'훈련 제대로 시켜보겠다고 하다가 말이 좀 거칠게 나온 것 뿐인데...' 정도로 생각하며 도대체 본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지 2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습니다. '폭언'과 '욕설'은 훈육이나 교육의 수단이나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구타'가 훈육 수단이 될 수 없는 것과 본질적으로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상관'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던 장교나 병사들 모두 뻔한 얘기지만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일 수도 있고 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욕과 폭언을 들어도 되는 사람도, 직업도 없는 듯합니다 그게 '군인'이라고해도 말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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