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음주 화물차 운전자 민원 제기에 간호사 '형사고발'
검찰 "무면허 의료행위, 간호사 기소유예"... 간호사, 헌법소원
헌재 "자의적 검찰권 행사"...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실려온 화물차 운전자의 피를 뽑았다가 1년 넘게 송사에 휘말렸습니다.

이 간호사의 채혈 측정 결과가 법원에서 음주운전 유죄 증거로 받아들여지자 화물차 운전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관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감독 없이 자신의 피를 뽑았고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 라는 게 화물차 운전자의 주장이고, 시는 이를 받아들여 간호사를 형사고발했고, 검찰은 간호사를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는 넘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처성’ 처분입니다.

간호사는 ‘내가 무슨 범죄 혐의가 인정되냐’고 반발하며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재는 이 간호사의 손을 들어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당시 응급실에 당직 의사가 근무 중이었다. 의사의 포괄적 지시, 감독을 받은 간호사가 의사 입회 없이 채혈하는 것이 통상의 경우”라는 것이 헌재 판단입니다.

즉 이 간호사의 채혈 행위는 ‘업무상 정당행위’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결정처럼 보이는 내용을 ‘오늘의 판결’로 전해드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홧김에 이 간호사에 대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음주 화물차 운전자는 그렇다 치고, 이 간호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형사고발한 관할 시청과,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는 안 해줄게’ 하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

시청도 검찰도 '복지부동'인지 '과잉업무'인지 뭔지, 살면서 이런 황당하고 억울한 경우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참 씁쓸합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