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사현장에서 비용 과다계상 수법으로 비자금 조성, 리베이트에 사용
"사장·부사장이 결정한 일"... 법원 "착복 안했어도 횡령, 70% 회사에 배상하라"

 

 

‘오늘의 판결’, 국내 굴지 건설회사 임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습니다.

본인이 착복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니고 해외 건설사업 리베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랬다고 합니다. 포스코건설 얘기입니다.

어쨌든 회사를 위해 한 일이지만 법적으론 ‘횡령’에 해당합니다. 이 임원은 이렇게 빼돌린 돈을 회사에 뱉어내야 할까요. 뱉어내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입니다.

포스코건설 임원이었던 박모씨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회삿돈 445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씨는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과다계산해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입니다.

박씨는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포스코’ 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에서 직장도 잃고 횡령 전과자로 재취업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돈도 명예도 지위도 모든 걸 잃은 겁니다.

하지만 박씨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한때 몸바쳐 일했던 포스코에서 ‘횡령한 445만 달러를 내놔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포스코는 박씨의 형사재판 유죄 판결을 근거로 “박씨의 횡령은 불법행위이며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박씨를 몰아세웠습니다.

박씨 입장에선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박씨는 “비자금 조성은 베트남 공사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위해 상급자인 사장, 부사장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항변했습니다.

신의칙. 회사가 시켜서 한 일인데, 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횡령이라며 뱉어내라니,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신의’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정말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법원은 그러나 포스코 회사 손을 들어 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는 오늘(26일) “박씨가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을 베트남 도로공사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실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횡령죄의 죄책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자금 중 상당액은 실제 사업에 사용된 점을 고려해 횡령액의 70%에 해당하는 33억 8천 20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상급자들이 비자금 조성을 알면서도 장기간 감독하지 않거나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착해 박씨의 책임을 70%로 한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익을 나눌 땐 웃으며 간도 쓸개도 빼줄 듯 하지만, 간난이 닥치면 돌아서 외면하는, 심지어 쪽박까지 깨트리는 게 세상 인심인가 싶어 씁쓸합니다.

그래서 공자님이 “군자는 의에 살고 소인은 이를 쫒는다” 고 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말이 좀 멀리 가긴 했지만, 비자금 조성 같은 불법행위를 회사가 시킨다고 시키는 대로 다 했다가는 집도 절도 다 잃고 쪽박 찰 수 있다는 거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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