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 드러내는 웃지못할 '촌극'
'대통령 수사' 의혹 안 남기는 게 신뢰 회복의 길

김경희 뉴스본부 기자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최순실 본인이 맞습니다.”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구속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4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최순실 대역설(代役設)’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항간에 떠도는 ‘최순실 대역설’과 관련해 지문 대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구속해 조사 중인 피의자는 최순실 본인이 맞다”고 밝혔다.

최씨 대역설은 그가 검찰에 소환된 지난달 31일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찍힌 사진에는 탈모와 쌍꺼풀이나 주름이 다수 보이는 반면 지난 2일 새벽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사진에는 쌍꺼풀 라인이 한 개이고 머리숱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 대역설의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최씨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봤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구속된 피의자가 최순실씨의 대역이라면) 사법 절차와 논리적인 것을 다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촌극 한 편을 보는 듯했다.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진위' 여부가 얘깃거리가 되고, 이를 해명하기 위해 검찰이 지문 대조까지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지 열흘 만에 이날 또다시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도 했다. 특검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날 담화문의 내용을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 사실상 공은 검찰로 넘어온 셈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후 검찰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대통령 수사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진상 확인 내지 수사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수사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일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상태이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고 수사해야 할 내용들이 더 있다”며 “그걸 (대통령 조사보다) 우선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미 진경준 전 검사장의 비리부터, 이날 해임이 결정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비리’까지 검찰 조직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태다.

최순실 대역설 역시 기본적으로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음모론적 사고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검찰 조직의 근본적 혁신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최순실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이와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필요하다면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는 22명에서 32명으로 증원됐다. 특정 사건에 대해 사실상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 인력이 동원된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검찰의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통령을 겨눠야 하는 사정의 칼날이 이번에는 단 한 줌의 의혹도 남김 없이 진실을 밝혀내, 다시는 국민으로부터 불신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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