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복세훈 뉴스본부 기자

일요일인 지난 6일 오전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친정’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시민단체가 그를 고발한 지 110일 만이고, 그와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 대한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때로부터는 72일 만이었다. 검찰의 이런 ‘늑장 소환’보다 더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그가 포토라인에서 보인 태도였다.

‘가족회사 자금 유용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우 전 수석은 기자를 향해 슬로모션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내리깔고 고압적으로 노려본 후, 굳은 표정으로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그의 이 눈빛은 많은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포털사이트에는 ‘우병우 레이저’  ‘우병우 눈빛’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우 전 수석이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며 "반드시 죄를 밝혀내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우 전 수석이 기자를 '째려본' 그 짧은 순간은 그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 눈에는 '국민'이 없다. 조금이라도 눈치를 봤다면 저런 뻣뻣하고 오만한 태도, 절대 안나온다. 우리는 지금 봉건시대 악질 귀족을 보고 있는 거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20세에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기록을 세운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를 ‘귀족’에 빗댄 것이다.

우 전 수석은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피고발인 신분이다.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가족회사의 자금 횡령, 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 의경 아들 보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등등. 검찰이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지만 넥슨과의 강남 땅 거래 의혹에는 여전히 '뇌물성 거래'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 여론 동향 파악은 물론 공직자 인사 검증, 대통령 측근 인사의 부정·부패 감찰이 주된 임무다. 그런 자리에 2년 가까이 있었으면서 최순실 의혹을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이냐는 것이 지금의 국민 정서다. 검찰이 소위 '황제 소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다음날 부랴부랴 우 전 수석을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나섰지만, 뒷북도 그런 뒷북이 없다.

자신이 소환된 그날 밤에도 광화문광장을 밝힌 시민들의 촛불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은 포토라인에서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이제 을(乙)도 아닌 병(丙)의 자세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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