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 범위 밝힌 법원 첫 판결... 간통죄 재심 사건 둘러싼 논란 정리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했던 시점인 2008년 10월 이전에 간통죄로 기소되고 합헌 결정 이후에 유죄가 확정된 경우라도, 지난해 간통죄 위헌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된 이후 위헌 결정이 난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의 범위를 명확히 밝힌 법원의 첫 판결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1일 A(54)씨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간통죄 재판을 다시 해달라"며 낸 재심 청구 사건에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서 정한 재심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4년 배우자가 있는 B씨와 간통한 혐의로 기소돼 두 사람은 2008년 2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판결에 승복했고, B씨는 항소했다.

헌재는 A씨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8년 10월 30일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B씨는 대법원에서 2009년 8월 징역4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후 헌재는 지난해 2월 입장을 바꿔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B씨는 이를 근거로 간통죄 유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범행이 합헌 결정 전에 이미 발생했던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4년 개정된 헌법재판소 47조 3항을 적용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형법이 위헌이 되면 이전 판결까지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한 차례라도 있었던 형법이라면 효력이 상실되는 기간은 합헌 결정일의 다음날부터다.

대법원은 마지막 간통죄 합헌 결정이 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 유죄가 확정됐고, 그 다음 위헌 결정이 나왔으므로 확정 판결의 효력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심을 청구한 판결은 위헌 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법률 도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판결"이라며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재심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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