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회 학술조직 '지식산업발전연구회' 회장으로 1천45명 시국선언 참여 독려 "변리사는 전문성 기반해 '공정한 세상' 위해 일해... 최순실 사태 계기 염원 표출"

평소 차분하기만 한 분위기인 서울 서초동 변리사회관이 지난 11일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하나둘 모여들던 사람들이 금세 회관 앞을 채웠고, 곧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사태에 대한 변리사 1천여명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변리사 모임’의 첫 행보였다.

통상 변리사들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지 않아 왔다.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나온 과거의 대사건들에도 묵묵히 자신들의 맡은 바 일만 하던 이들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 앞에 무너졌다.

시작은 변리사회 내 학술조직인 ‘지식산업발전연구회’로부터 시작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을 통해 문제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또다른 변리사 모임인 '정별회'에서 힘을 보탰고 시국선언문 제작 불과 며칠 만에 1천45명의 변리사들이 마음을 모았다.

변리사들은 왜 변화한 모습을 보이며 시국선언 물결에 동참한 것일까. 이날 현장에서 변리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지식산업발전연구회 회장이자 리&목 특허법인 소속 이승룡 변리사를 만났다.

 

대한변리사회 학술조직인 '지식산업발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룡 리&목 특허법인 변리사. /김경희 기자

이 변리사는 “국회의원, 학생 가릴 것 없이 저마다 문제를 인식해 나서고 있는데 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온 변리사들 역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는 너무 큰 실망을 불러일으켰고 그 실망이 언제 해결될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리사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이 변리사는 “매우 자연스럽게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변리사들이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흔치 않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공감의 표시를 해줬다”며 “이는 변리사들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공정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리사는 “기본적으로 변리사는 발명가와 브랜드 사용자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돕는 것이 사명”이라며 “특허 행정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공정성이 확보돼야 우리나라의 지식 발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인정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고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인데, 작금의 사태로 인해 공정성 자체가 흔들리며 그로 인해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변리사들의 전문성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 봤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를 호소하고 염원하는 변리사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리사는 “이번 시국선언은 1천45명으로 마감을 했고 새로 시국선언 인원을 추가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사회에 변리사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변리사 본연의 임무인 공정하고 바람직한 지식재산제도의 발전, 행정 발전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막고 변리사들도 본연의 업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변리사는 “변리사들의 시국선언 자체가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기대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검사나 정치인, 정당인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공정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바르고 정확한 수사에 이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물어져야만 대한민국이 올바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사이다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검찰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변리사는 이날 시국선언에서 제안한 요구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변리사 모임은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면 시도를 접고 즉각 물러날 것 ▲검찰은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뇌물죄 등 모든 죄목을 밝혀낼 것 ▲국회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인사와 정책 전반에 대해 전면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변리사 모임' 소속 변리사들이 지난 11일 낮 12시 서울 서초동 변리사회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변리사회 제공

 

이 변리사는 “우리의 요구사항과 함께 이 정부에서 자행되는 불공정한 인사에 대한 감시도 계혹할 것”이라며 “특허 행정 등 당장 이슈가 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공정성이 뒷받침되는 지식재산제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꾸준히 정부를 향한 지적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변리사들의 지향점은 하나였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변리사들은 이날 시국선언으로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첫걸음을 뗐다. 비록 첫걸음이지만 그들의 염원은 그 어느 단체의 목소리보다 크고 깊어보였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