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통상 귀가 경로 이탈"... 업무상 재해 불인정
유족, 소송 제기... 서울행정법원 "업무상 재해 맞다" 승소
법원 "실무책임자로 과음... 거동·판단능력에 장해 생겨 사고"

'오늘의 판결', 직장 회식 사고와 업무상 재해 얘기입니다.

지난해 1월 서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구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한 팀장급 직장인 문모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를 하다 길을 잃고 서대문구의 한 도로변에 쓰러져 있다가 차량에 깔려 숨졌습니다.

이에 문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습니다.

통상 회사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간주돼 회식 후 귀가하다 사고나 술이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문씨의 경우 그런데 통상 귀가 경로를 이탈해 엉뚱한 곳에 누워 있다가 사고를 당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하차했는데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충정로역 도로변에서 사고를 당한 겁니다.  

재판 쟁점도 따라서 문씨가 회사 회식 후 바로 귀가하다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따로 볼 일을 보기 위해 이동하다 사고를 당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진만 부장판사)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문씨가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와 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 능력이나 판단 능력에 장해가 생겨 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회식과 사고의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회식은 회사 조직변경으로 인한 원활한 인수인계 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며 “문씨가 이미 협력업체 대표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 회식에 합류했을 뿐 아니라 실무 책임자로서 술자리를 주도하다가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쟁점이 된 귀가 경로 이탈에 대해서도 “문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가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문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봐도 문씨가 회식이 끝난 후 제3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급여’. 생각만 해도 끔찍한 단어입니다.

연말연시, 망년회다 뭐다 회식자리가 많아지는 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알아서’ 절제하고 조심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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