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과 교수 성추행' 투서... 실제 성추행 교수, 허위 대자보 게재 종용
"대자보 안 쓰면 대학원 못 온다"... 성추행 교수가 여대생 회유·압박
성추행 지목 교수 "나는 결백하다" 스스로 목숨 끊어... 경찰, 수사 착수
법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수 자살... 죄책 가볍지 않다" 실형 선고

오늘의 판결, 정말 당해보지 않고는 그 억울함을 짐작할 길 없는 성추행 무고 얘기입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부산에 있는 동아대 미술학과 학생이 학내에 붙인 대자보가 발단이 됐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동아대학교 미술학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 학생은 미술학과의 추잡한 교수들을 고발하려 한다는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서 “2016331~42일까지 진행된 미술학과 야외스케치에 참가한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 학생은 학교 행사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추행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특정 학생의 등에 손을 넣고 브라자 끈을 만지고 손등에 뽀뽀를 하고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을 했다. 저는 목격자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목격했다는 성추행 행위를 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저는 동아대학교 학생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랑스럽지 않다. 수치스럽다.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강한 혐오감을 드러냈습니다.

나아가 이 학생은 저는 증거 사진을 들고 있다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경우 교수님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성추행을 했다는 교수를 압박했습니다.

이 학생이 대자보에서 적은 “2016331~42일까지 진행된 미술학과 야외스케치라는 문구, 시간과 장소가 특정돼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수업을 진행했을 교수도 특정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한 여학생 브라지 끈 만진 성추행 교수로 지목된 이 교수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결국 이 교수는 지난해 6월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추행 교수라는 오명 속에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우리 남편이, 우리 아빠가 그럴 리 없다며 대학과 경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그 수사 결과와 이에 따른 법원 판단이 오늘(22일) 내려졌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수의 제자로 밝혀졌고, 실제 성추행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전은, 정작 성추행을 한 교수가 애초 성추행 교수로 지목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수가 아닌 전혀 다른 교수였다는 겁니다.

학교 당국에 미술학과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는 투서가 날아들자 실제 성추행을 한 교수가 이 학생으로 하여금 아무 죄 없는 다른 교수를 성추행 교수로 모는 엉뚱하고 비열한 대자보를 붙이도록 했다는 것이 사건의 실체입니다.

대자보를 안 쓰면 대학원에 못 온다고 이 학생을 어르고 달랬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과입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거짓 대자보를 올린 학생에 대해 법원(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오늘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학내에 부착한 대자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목격자와 증거사진까지 있는 것처럼 표현, 진실로 인식되도록 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고 말았다.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세상에 해서는 안 되는 일, 금도가 있는 법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파렴치한 성추행 교수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얼마나 억울하고 좌절했을지. 촉망받는 젊은 미술가의 억울한 죽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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