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강의 계약, 1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깨고 경쟁 학원으로 옮겨
학원, 거액 손배소 제기... 법원, 강사에 "13억원 배상하라" 판결
실제 손해금액과 상관없는 징벌적 배상 벌금 성격 '위약벌' 적용
법원 "학원, 시간과 비용·노력 들여 강사 발굴... 고액 위약벌 필요"

‘오늘의 판결’, 기껏 키워놨더니 이제 컸다고 다른 데로 옮기냐. 무슨 연예인들과 소속사 사이에서 나올 법한 이런 말이 연예계만의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

유명 학원강사 얘기입니다.

A 변호사는 지난 2015년 5월 국내 한 유명 대형 학원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이후 A 변호사는 이 학원에서 경찰공무원시험 관련 강의를 시작했고, 학원은 A 변호사에게 선급금 2억원과 8개월 동안 1억 7천700만원의 강사료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사단은 A 변호사가 이듬해 8월, 이 학원에 일방적으로 강의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경쟁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강의를 시작하면서 불거졌습니다.

A 변호사를 새로 받은 학원은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인기 강사가 된 A 변호사가 강의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한 모양입니다.

이에 원래 A 변호사가 강의를 했던 학원은 A 변호사가 강의계약을 위반했다며 위약벌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습니다.

‘위약벌’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내는 일종의 벌금을 말합니다.

위약금은 상대가 실제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성격이지만, 위약벌은 실 손해와 상관없이 내야 하는 일종의 징벌적 배상 성격을 갖는 벌금의 한 형태입니다.

계산법이 상당히 복잡한데 결과만 말씀드리면 학원은 위약벌 20억원 등 모두 45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 액수에 입이 딱 벌어질 뿐입니다.

A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계약 체결 당시 학원 측으로부터 이같은 위약벌 조항을 설명 받지 못했을 뿐아니라 그 내용이 불공정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 권혁중 부장판사는 오늘(23일) A 변호사에 대해 위약벌과 손해배상금 등으로 13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변호사인 A 강사가 전속 계약 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발생할 법률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위약벌 약정이 강사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학원으로서는 위험부담을 안고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강사를 발굴하는 만큼 고액의 위약벌을 정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무협지를 보면 흔히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어떤 강의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강사 몸값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달한다는 자체도 놀랍고, 아무튼 서로서로 이익이 되니 거래가 이뤄지는 거겠지만, 그게 어떤 분야든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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