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성폭행 20대, 놀란 여성 모텔방 불 켜자 무릎 꿇고 사과
"만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신장애 '주취감경' 호소
법원 "성폭행 과정에 피해 여성과 정상적 대화... 심신장애 아니다"
"음주범죄 심신장애 이유로 형 깍아주는 '주취감경' 국회가 풀어야"

'오늘의 판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음주 성폭행, ‘주취감경’에 대한 법원 판단 얘기입니다.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재판에서 속칭 필름이 끊긴 ‘블랙아웃’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한 사건인데요.
 
사건이 벌어진 곳은 부산의 한 모텔, 지난 7월 6일 아침 7시쯤이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 모텔에 투숙했던 24살 A씨가 자신이 투숙했던 방에서 나와 15미터 정도 걸어가 잠기지 않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 역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37살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놀라 잠에서 깬 이 여성이 모텔방 불을 켜자 A씨는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단은 벌어졌고 A씨는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범행 당시 만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술로 인한 '심신상실'을 주장했습니다.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장애로 인정될 경우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이른바 ‘주취감경’을 호소한 겁니다.

법원은 그러나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모텔 내부 CCTV에 찍힌 A씨의 거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성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 점, 만취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는 모텔 업주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가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법원은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 판단을 정리하면 성폭행 남성이 술에 만취한 상태가 아니어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뒤집어 보면 만취 상태였다면 심신장애를 사유로 한 ‘주취감경’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조두순 출소 반대’와 ‘주취감경 폐지’ 청원. 청와대는 조두순 재심은 불가하고 주취감경은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할 몫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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