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옆자리 아프리카 출신 30대 여성 성추행
승객들 제지하자 "불법 체류자" 비하하며 욕설까지
소송대리 변호사 "인종차별 문제 알리고 싶었다"

'오늘의 판결'. 외국인에 대한 이런저런 편견과 차별의 시선과 발언, 외국인에 대한 ‘모욕죄’ 성립 관련입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34살 여성이 지난해 11월 버스를 탔다가 아주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60대 남성이 이 라이베리아 여성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하자 주변에 있던 승객들이 이를 말렸는데, 이 남성은 “얘네들 여기 있는 거 불법” 이라고 소리치며 적반하장 욕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미등록 외국인’ 이른바 ‘불법 체류자’도 아닙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F6, 결혼비자를 발급받아 이주해 온 합법적인 거주자입니다. 

불법 체류자라고 성추행을 당해도 되는 이유가 되는 것도 물론 아니고 불법 체류자도 아니지만, 이 여성은 성추행에 욕까지 들었지만 아마 가끔 겪었던 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같은 달 30일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인종차별 실태와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방안 심포지엄’에서 이 라이베리아 여성 사례가 우연한 기회에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평소 외국인 인권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 온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가 이 라이베리아 여성을 대리해 해당 남성을 고소했고 별도의 민사소송까지 따로 냈습니다.

1심 형사법원과 민사법원은 모두 라이베리아 여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수원지법 형사8단독 재판부는 “피해자를 성추행하다 제지를 당하게 되자 ‘얘네들 여기 있는 거 불법’이라고 말하고, 하차한 뒤에도 욕설해 피해자를 모욕했다” 며 추행과 모욕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민사 재판부도 “강제 추행 및 모욕의 정도,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며 “손해배상금 200만원과 그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벌금 200만원, 손해배상금 200만원, 변호사 입장에서 크게 돈이 되는 사건은 전혀 아니었을 겁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 체류자', 그들이 그런 말로 인해 입는 상처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당 사건을 진행해 보았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아마 이 라이베리아 여성은 앞으로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성추행과 외국인 차별, 혐오 발언 등 불합리와 부조리한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 그들은 상처를 받는다. 그런 인종 차별 발언은 처벌 대상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최정규 변호사의 말로 '오늘의 판결' 마치겠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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