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칭 30대 "영국 가면 아이 치료 공짜"... 3천 900만원 뜯어내
기초생활수급자 피해 여성, '수수료' 등 마련 위해 빚까지 얻어
법원 "피해자 절박한 처지 이용 죄질 매우 불량"... 징역 3년 2개월

'오늘의 판결'. 흔히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다른 사람의 곤란하거나 궁핍한 처지를 악용한 파렴치한 사기 범죄 이야기입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지적장애 아동을 키워온 A라는 여성이 있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생활도 곤궁하다고 합니다.

이혼녀라는 딱지에 아이는 지적장애, 경제적으론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그 삶이 얼마나 퍽퍽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오던 A씨는 지난 6월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국립암센터 의사라는 36살 B씨가 의료보장이 잘 돼 있는 영국으로 이민 가면 아이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영국 이민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B씨는 물론, 공짜로는 안 되고 이런저런 수수료와 수속 비용 등 명목으로 A씨로부터 모두 3천 900만원 넘는 돈을 뜯어냈다고 합니다.

집에 쌓아 둔 돈이 있을 리 없는 A씨는 오직 장애가 있는 아이만 생각하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마련해서 B씨에게 돈을 줬다고 합니다.

이런 사건이 의례 그렇듯 B씨는 국립암센터 의사도 아니고 B씨가 말한 그런 영국 이민은 애초 있지도 않았던 허상이었습니다.

법원은 오늘(12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3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의 경우 기초수급대상자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장애 아동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피고인의 범죄로 더욱 경제적 곤궁에 빠지게 됐다”며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교활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절박할수록 너무도 어이없고 손쉽게 불가항력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이 있습니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 그걸 자양분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일벌백계라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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