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전문' 김지혜 변호사... 3년차 '신참'이지만 업계에서도 인정받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승객... 거대 항공사·로펌 버겁지만 노하우 쌓여"
"소비자 피해보상규정 만들고, 항공사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해야"
NGO단체 일하다 늦깎이로 변호사 돼... "힘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앵커]

모처럼의 해외여행, 항공편이 지연된다는 말뿐 제대로 설명도 못 듣고 공항에서 몇시간씩 기다렸는데, "결항" 이래 버리면 정말 화가 많이 날 텐데요.

거대 항공사를 상대로 어떻게 하기도 힘들도 그냥 체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변호사업계에서 ‘항공 전문 변호사’로 꼽히는 김지혜 변호사를 이철규 기자가 만나 항공사의 지연과 결항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23일, 인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출발하려던 이스타항공 ZE605편 기내입니다.

운항이 지연돼,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거칠게 항의하지만, 책임있는 답변을 하는 승무원이 없습니다.

[2017년 12월 23일 / 이스타항공 ZE605편 기내]

“일단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상이 이뤄질지는 원래는 없는 것이지만, 저희가 확인을 해보고...”

승객들은 무려 10시간 넘게 비행기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기다렸지만 결국 항공사 측은 ‘결항’을 통보했습니다.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외유를 망친 대가로 항공사가 제시한 것은 달랑 위로금 10만원, 그것도 민형사상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걸린 위로금이었습니다.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한 항공기 지연운항이나 결항은 사실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승객 입장에선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나도 거대 항공사를 상대로 법적으로 딱히 뭘 해보기도 그런 게 불편하지만 또 사실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지혜 변호사입니다."

서글서글한 용모에 단정한 단발머리, 올해 변호사 3년차인 김지혜 변호사입니다.

신참에 속하지만 김지혜 변호사는 사실 업계에서 ‘항공 전문 변호사’로 꽤 유명합니다. 

포털 검색창에 ‘항공 전문 변호사’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김지혜 변호사의 이름이 나올 정도입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전해드린 이스타항공 결항 관련 피해 승객들이 낸 소송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건의 항공 소비자 피해 관련 소송대리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조정 중입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처음에는 비행기 항공기 지연 결항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제가 최근에 항송소비자들을 대리해서 일을 행한 건수가 쌓이다 보니까 항공 전문 변호사로...”

김지혜 변호사는 법대를 나오지도, 원래 변호사를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했고, 시민단체와 연구기관에서 일한 경력의, NGO 단체 출신입니다.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딱 하나, ‘힘을 가져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NGO 단체에서 일도 해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렇게 결국 나도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들을 겪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20대 후반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변호사가 됐고, 어쩌다보니 항공 전문 변호사로 불리기는 하지만 사실 변호사들이 크게 선호하는 분야는 아닙니다.

거대 항공사와 항공사가 고용한 거대 로펌을 상대하는 일이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사실 항공사들이 대부분 대기업이고 큰 기업들인데, 큰 기업들과 싸우는 게 쉽지 않아요. 피해 승객들이 갖는 분노나 문제의식도 크지만, 저 스스로가 갖는 문제의식이 크거든요. 시쳇말로 소위 ‘빡친다’고 하죠.”

‘시민단체’ 출신 ‘정의감’과 ‘사명감’이 물씬 묻어나는 말투.

김지혜 변호사가 가장 화나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도 지연이나 결항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태를 일으켜놓고는 승객들에게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는 항공사의 오만불손한 태도입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 지연, 결항률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보상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인 거 같아요. 자신들은 보상의무가 없다..."

항공사 관련 소송을 여러 건 맡다보니 이제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이런저런 불합리한 처우에 대처하는 자세, 김지혜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항공사 측에서 설명한 어떤 지연 사유라든지 항공사의 대처를 녹음이라든지 녹화를 해두면 그게 나중에 사실은 어떤 분쟁절차나 소송을 가든 그 전 단계를 가든 굉장히 큰 힘이 되거든요...”

그러나 일일이 소송으로 대처하는 건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게 김지혜 변호사의 생각입니다.

김지혜 변호사가 관련 법제도 정비와 함께 항공사 운송규약 상의 소비자 보상규정 강화 등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한국은 이런 제도적 기본이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유럽연합에 적용되는 규정이 마련이 되어 있거든요. 운항 시간과 지연 사유, 결항 사유, 운항 거리 등을 고려를 해서 적절한 보상액을 정해둔 규정이 있고...”

김 변호사는 특히 툭하면 ‘기체 정비’를 지연이나 결항 사유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항공사들에 대해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안전운항 의무를 위반한 점을 문제를 삼고, 그로 인해서 항공사에 더 중한 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저희가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충분한 정비인력으로 미리 기체 정비점검을 좀 더 충실히 해서 이런 뒤늦은 기체 정비점검으로 인한 지연을 줄이는 쪽에...”

상식과 원칙, 법률을 무기로 ‘을’을 대리해 ‘갑’을 상대하는 김지혜 변호사의 법정 드라마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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