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 인권 문제와 국제적 상황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해결해야 할 시점 됐다

고윤기 로펌 고우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언론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or)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총을 잡는 행위(집총)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서는 교리상 총을 잡는 행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의하여 총기를 드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왔는데, 양심의 자유 혹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한 행동이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논쟁거리였습니다.

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쟁은 잊을 만하면 우리 언론에 등장합니다. 최근 항소심에서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1개월 남짓 지난 후에는 다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오랜 기간 계속되었는데, 2004년 1심에서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11대 1의 의견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해 8월 헌법재판소도 7대 2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2011년 8월에도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합헌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과거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은 양심의 자유, 정확히는 양심 실현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가운에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좀 더 들어가면 주적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의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국방의 의무 또한 양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헌법 이론이 좀 더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양심·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거부를 한 사람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위헌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중심이 됩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1987년, 1989년, 1993년, 1995년, 1998년과 2004년 등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대체복무제의 실시를 권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1천297명 중 74.3%인 964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자유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응답하였으며, 66.2%인 859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답하였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63.4%인 822명이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은 채 병역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답하였고, 80.5%인 1천44명이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것에 찬성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국제적인 상황이나, 국내의 여론, 인권의 문제를 고려하면 우리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병역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판결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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