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나 비용을 거둬들임... ‘징수’의 의미
1954년 제정된 민사소송비용법에 남아있어
"법률용어사전이나 관련 문헌에도 뜻 안 나와"
법전에만 있는 화석화된 용어... "바꿉시다"

[법률방송]

‘수봉’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저는 ‘그때 그 사람’을 부른 가수 심수봉씨 말고 딱히 다른 거는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이 ‘수봉’이라는 단어가 우리 법전에 기재돼 있는 법률용어라고 합니다.

명색이 법률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 ‘수봉’.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은 수봉(收捧)입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봉’(收捧)이라는 낯설디 낯선 법률용어는 우리 민사소송비용법에 나옵니다.

민사소송비용법 제12조 1항. 

“법원이 당사자의 예납하지 아니한 비용을 지급한 때에는 제1심 수소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예납하지 아니한 당사자나 판결에 의하여 비용을 부담한 당사자로부터 수봉(收捧)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예납하지 아니한, 수소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당사자로부터 수봉하여야 한다... 

무슨 암호문을 읽는 듯 정독해서 읽어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일단 주어 동사만 떼놓고 보면 “법원이 수봉하여야 한다”입니다.   

‘수봉’,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일반 시민들에게 물어봐도 반응은 당연히 금시초문, 태어나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입니다.

[정윤호 /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오늘 처음 들어보셨나요?) ”예, 수봉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처음 들어보셨나요?) “예, 예...”

수봉은 일단 한자로는 ‘거둘 수(收)’ 자에 ‘받들 봉(捧)’ 자를 씁니다. 

한자를 알아도 그대로 해석하면 ‘거두어 받들다’는 이해하기 힘든 뜻이 나옵니다.

시민들에게 한자를 보여주고 설명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기용 /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입 수에 받들 봉... 아, 이거 어려운 말인데 저도 배울만큼 배웠는데 한문 좋아하는데 아주 어려운데 이거...” 

‘거둘 수(收)’ 자에 ‘받들 봉(捧)’, 수봉(收捧), 

국어사전을 보면 ‘세금을 징수함’ 또는 ‘남에게 빌려준 돈이나 외상값 따위를 거둬들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수봉’은 세금이나 비용 따위를 거둬들임, ‘징수’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수봉이 징수라고 설명을 해도 선뜻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변지애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비용을 수봉하다고 하면 비용을 징수하다고 딱 떠오르시나요?) “징수하다, 수봉하다, 반대 같은데요” (반대어 같으세요, 오히려?) “네, 네...” 

이 수봉(收捧)이라는 법률용어는 1954년 9월, '민사소송비용법'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들어갔습니다.

60년도 훨씬 넘은 오래된 법률용어. 

대한민국 모든 법률을 관장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담당자는 수봉의 뜻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
“저도 딱 보자마자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서... 이것에 관해 법률용어사전이나 관련 문헌 같은데 이것이 어떤 뜻이다 이렇게 나와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일반 시민은 물론 한자 뜻을 가르쳐줘도 쉬이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 수봉.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담당자조차 단어 뜻을 잘 모르는 법률용어 수봉.

법률용어사전이나 관련 문헌에서조차 사라진 죽어 박제화 된 법률용어 수봉.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법무관조차 모르는 법률용어 ‘수봉’.

‘그 때 그 법률 용어’ 수봉,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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