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무기징역 수형자에게 "한 번 해보자"... 고졸 검정고시 최고득점
"가장 잘하는 건 심폐소생술"... 여러 차례 소중한 수용자 목숨 구해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럴수록 더 격려와 지지를"

[법률방송]

오늘(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수형자 교화와 교정행정 발전에 헌신한 교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제36회 교정대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목포교도소 노달영 교위가 영예의 대상을 받았는데 법률방송 취재진이 노달영 교위를 만나 교도소와 교도소 사람들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평범하지만 울림이 있는 말,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36회 교정대상 대상 목포교도소 교위 노달영.”

전국 52개 교도소와 구치소, 1만5천900명 넘는 모든 교정시설 종사자 가운데 올해 교정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목포교도소 노달영 교위.

한번씩 웃을 만도 하지만 무덤덤한 표정의 노달영 교위와는 달리 자리를 함께 한 아내는 남편이 자랑스러운 듯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우리나라의 교정시설은 수용률이 120%에 가까운 과밀 수용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권 침해적 요소가 없는 교정행정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헌신적으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법무부가 밝힌 교정대상 노달영 교위의 공적사항입니다.

중졸 학력 무기징역 수형자를 고졸 검정고시 전남 최고득점자를 만들었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이것부터 물어봤습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지금도 (징역을) 살고 있는데요.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찾아보자 해가지고, 자기가 공부를 한 번 해보고 싶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고졸 검정고시 최고득점,  학사고시 취득,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중국어 전문화과정 취득까지.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어려울 때 책도 사주고, 이런 것도 제가 가르쳐도 모르는 부분은 아이 엄마가 과학이 전공이거든요, 제가 집에서 물어봐 가지고 다시 가르쳐 주고...”

‘무기징역인데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질문에 노달영 교위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저희가 수형자들의 어떤 범죄 행위만 놓고 보면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수형자들을 이렇게 질책하고 책망만 하면 더 안 좋은 길로 빠져 듭니다. 정말 잘하면 잘했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1991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교정 공무원 28년차.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의미없는 삶은 없다’, ‘소외되고 일탈했을수록 그럴수록 더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게 노달영 교위의 소신입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많은 수형자들이, 소외된 수형자들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족이라든지. 말을 하더라도 '그래, 너 그런 부분에 정말 잘한다', '잘할 수 있다' 격려해주고 지지해 주면 마음이 변하더라고요.“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언급한 수용시설 과밀수용 얘기에 대해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다른 부처에서 예산도 따와야 되고 ‘님비 시설’이라고 잘 지역사회에서 안 주려고 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요.”

그러면 뭘 할 수 있고, 뭘 잘 하시냐고 묻자 유쾌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한 가지 딱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남들보다 잘하거든요. 목포에서 최우수상 받고 전남에서 최우수상 받고...“

실제 노달영 교위는 교도소 내 응급환자 발생 상황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소중한 목숨을 여러 차례 구한 바 있습니다.

교도관이 천직이라는 노달영 교위. 마지막으로 수감자들에게 어떤 걸 바라는지, 바라는 게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노달영 / 목포교도소 교위]
“우리 수형자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복귀해 제2의 인생을, 다시는 교도소의 문턱도 넘지 않고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상기 장관은 오늘 치사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살아 숨쉬는 사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위한 정책 추진"을 말하며 "교도행정도 그 중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밀 수용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두고 교정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헌신과 열정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인권과 정의,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교정행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면 뭔가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이 같이 가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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