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 개최
이종엽 변협회장 "법조계 남성 중심 문화, 개선해야"

대한변협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 /대한변협 제공
대한변협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 /대한변협 제공

[법률방송뉴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42%에 이르는 가운데, 여성 변호사 10명 중 3명이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등 직장에서 성차별을 어느 정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양성평등센터(센터장 전현정)는 오늘(6일)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경력 5년 이하 변호사 450명(여성 262명·남성 1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양성평등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김기정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5년차 여성 변호사 1.5%는 '매우 그렇다', 11.8%는 '그렇다', 18.3%는 '보통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보통이다'를 성차별의 직접적 경험이 아닌 성차별 경험을 보거나 듣는 등 간접적 경험 정도로 해석한다면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성차별을 어느 정도 경험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 변호사 34.7%는 '그렇지 않다', 33.6%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여성 변호사 절반 이상은 직장 내에서 성차별 경험을 겪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1~5년차 남자 변호사 93.6%는 '전혀 그렇지 않다(70.2%)' 또는 '그렇지 않다(23.4%)'라고 응답했습니다.

5년차 이하 변호사 450명 중 30%에 해당하는 131명(여성 101명·남성 30명)은 정식 변호사가 되기 전 단계인 실무수습 기간 중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 변호사는 16%에 그친 반면, 여성 응답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8.5%에 달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성차별 유형으로 '근속 가능성 평가', '업무내용', '업무수행 결과', '업무량', '급여' 등을 제시했습니다.

전체 변호사 중 여성의 비율은 2010년 1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7.8%를 기록했고,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약 42%에 이르는 등 여성 변호사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에 참석한 장보은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변호사 업계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편견'을 꼽았습니다. 장 교수는 "여성 변호사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사 업계의 주류는 여전히 남성 중견 변호사라고 할 수 있고, 변호사 업무가 여성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일보다는 가사와 양육 등 가정 내 역할을 중시하거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하거나 감성적이므로 이상적인 변호사상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며 "(여성은) 임신과 출산, 육아나 가사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호사로서의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도 분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출산과 육아의 시기를 잘 보내고 복귀를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교수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바, 변호사들이 이러한 최소한의 제도를 실제로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조직 내부,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직 법조계에는 남성 중심의 업무 문화와 여성에 대한 선입견,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며 "여성 변호사의 로펌 참여 비중은 낮은 편이고 로펌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고위급 변호사 중 여성 변호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사 수 급증과 업계 불황으로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규 여성 변호사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성 변호사들의 연대 및 로펌의 인식 전환과 동등한 기회 보장 등 법조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현정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다. 문제를 인식해야만 뭐라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바꾸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가지 작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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