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이 요즘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입니다.

이 법은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사가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배상 요구를 하는 걸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은 노조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사측으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해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요. 

사측의 재산권과 노동자의 근로3권 사이 어느 것이 더 우선인가를 두고 여야, 그리고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노란봉투법 논란을 김해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일명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 건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쌍용차 파업 당시 법원은 노조원들이 사측에 입힌 손해를 47억원이라는 금액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한 시민이 노조원들을 도와주고자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냈고,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노란봉투 캠페인’이 일어났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19~20대 국회에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일었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조합 파업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노란봉투법.

당시 대우조선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80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며 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논란이 되자,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살인적 손해배상”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내세웠습니다. 

노동자들의 근로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핵심 취지입니다. 

이들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 추진에 나섰고, 노란봉투법은 최대 쟁점 법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총 8건.

현행 노동조합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난 8월 31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쟁의행위가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 폭력·파괴 행위로 사용자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근로자 개인에겐 손해배상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데다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불법 파업 시 회사에 엄청난 경제 손실이 발생하므로, 헌법상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정부는 지난 7월 5개 관계부처 명의의 공동 담화문을 통해 노조들의 파업 행위는 명백한 불법임을 지적했습니다.

[추경호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철 지난 폭력, 불법적 투쟁 방식은 이제 일반 국민은 물론 대다수 동료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정부는 그간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노사 자유를 통한 갈등 해결을 우선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을 사이에 둔 정치권 내 공방은 지난 5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여당 국민의힘은 반대 목소리를 냈고,

[지성호 의원 / 국민의힘]
“올해 불법 파업은 대우조선, 하이트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불법 파업 시 근로 손실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 불법행위에 따른 손배소 제기 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요. 또 부차적으로 소송비용과 노사 간 재산권 침해 갈등 등 막대한 사회적인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임이자 의원 /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에서는 반드시 아웃사이더를 위한 정책을 해야 된다. 지금 노조법에 관련해서도 이게 인사이더(를 위한) 정책입니다. 임금노동자 2000만명 중에서 노조에 가입돼 있는 사람은 많아야 220~230만명 정도 될 겁니다. 이들을 위한 정책이 바로 노조법, 일명 노란봉투법이라는 겁니다.”

이에 맞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찬성의견을 펼쳤습니다.

[진성준 의원 / 더불어민주당]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하는 점에서 과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노웅래 의원 / 더불어민주당] 
“(노란봉투법은) 손해배상 소송 남용을 방지해서 노동자 생명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봅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이유로 원청한테 교섭조차 요구할 수 없었던 거 아닙니까?”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국회에선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대로는 기업의 불법에 저항한 노동자들만 처벌받고,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일상이 저당 잡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노동계 호소입니다. 

[김형수 /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대표자]
“실제 노동자들이 손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지선 / 손잡고 활동가]
“파업의 원인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노사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때, 그러니까 교섭이 거부될 때 보통 쟁의행위를 하게 됩니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은 노사 양측에 있는 것인데 손해배상, 가압류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마저 노동자에게 다 묻고 있는...”

다음날인 19일엔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짚는 토론회가 연이어 열렸습니다.

법조계는 “사용자의 평등권과 재산권뿐만 아니라 경영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습니다.

[정희선 변호사 /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기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비춰볼 때,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파업에 대해 민사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평등권, 재산권, 경영권, 재판청구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길 교수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법원에서 책임 비중에 따라 (손배액을) 결정하는 이 방향들은 유지돼야 할 것 같고요.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영상취재: 안도윤 / 그래픽: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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