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관리능력 상실한 부모님 이용... 상속예금 '부당 인출'
인출금액, 증여로 판단... 돈 뺏긴 상속인 반환채권 갖게 돼

[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진행자)

결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통장에 잔고가 없어 난감했던 적 있으십니까.

저는 종종 그런 민망한 경우가 있는데요.

한두 푼도 아니고 부모님께 받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상속재산이 나도 모르게 없어졌다면 얼마나 놀랄까요.

<완벽한 상속> 오늘은 형제나 자매가 나도 몰래 부모님 상속예금을 부당하게 인출해 간 경우 어떤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알아봅니다.

서초동 상속재판 전문가, 법률사무소 율샘 허윤규 변호사 님과 함께합니다.

▲허윤규 변호사 (법률사무소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변호사님, 상속이 개시되기 전, 즉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부모님 본인이 계좌주이기 때문에 인출 권한이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은행 실무상 모든 상속인의 동의 없인 상속예금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나 몰래 유산을 빼돌리긴 힘들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부모님 예금을 부당 인출하고 있나요.

▲변호사

자녀들의 부당 인출이 문제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부모님 사망 전에 특정 상속인이 그 예금을 인출하는 경우입니다.

주로 부모님이 고령·치매 등으로 의사능력이나 재산관리 능력이 없으신 상태에서 부모님 통장이나 도장, 체크카드 또는 공인인증서 등 인터넷뱅킹 접근매체를 이용해서 인출하는 경우입니다.

망인을 한집에 모시거나 동거하는 자녀가 여러 이유로 이렇게 인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출하는 경우에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겠죠.

그러나 그 예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부모님 사망 이후, 사망신고를 하기 전엔 망인의 계좌가 정지되지 않는데요.

사망신고는 한 달 안으로 하게 돼 있는 점을 이용해 그 사이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망인의 공인인증서·통장·카드 등에서 돈을 인출하는 경우입니다. 

상속예금은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법정지분대로 분할됐는데, 다른 공동상속인의 동의 없이 예금 전액을 인출하면 다른 상속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죠.

▲진행자

우선 부당 인출자의 형사책임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님 명시적 동의 없이 상속 개시 전 거액을 인출하거나, 사망신고 전 다른 형제 돈까지 싹 가져가면 형사적으로 당연히 문제가 될 거잖아요.

▲변호사

부당인출이 상속 개시 전 있었다면 아무리 부모·자식 간이라도 모두 원칙적으로는 타인 재산을 무단 인출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 또는 횡령,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형사책임이 뒤따르게 됩니다.

현금지급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컴퓨터 이용 사기죄로도 처벌 받을 수도 있죠.

부모님 사망 후 사망신고 전에 인출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

이런 경우 친족상도례를 노리는 사람은 없을까요.

▲변호사

사기나 횡령 같은 재산 범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비재산 범죄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습니다.

부당 인출이 상속 개시 후, 즉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있었다면 피해자는 부모님이 아니라 그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되기 때문에 형제들이 피해자가 되고요.

형제들의 경우 동거친족이 아니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형사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진행자

너무 나쁘게만 가설을 설정한 것 같은데, 이번엔 반면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이미 상속 비율은 정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큰 수술비가 들어간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동생이 급하게 부모님 수술비를 써야 해서 형 몫까지 상속될 재산을 썼다면 어떻게 되나요.

▲변호사

예외적으로 그 인출한 예금을 망인의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거나, 사망 후 장례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정당하게 사용한 것이라면 형사책임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범죄의 고의가 없다는 겁니다.

고의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선 망인을 위해 사용했다는 구체적 사용처와 객관적 증빙을 반드시 구비하셔야 곤란한 일을 당하지 않으실 겁니다.

▲ 진행자

자, 내가 받을 상속재산이 이미 다른 형제 때문에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면 그 돈을 회수하긴 해야 할 텐데요.

부당 인출자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거나 정산 받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변호사

부당 인출 시점이 상속 개시 전이냐, 아니면 후에 있었느냐에 따라 또 다릅니다.

상속 개시 전 인출된 경우에는 부모님이 부당 인출한 자녀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됩니다.

이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상속인들이 상속받게 됩니다.

망인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자체를 상속재산분할재산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면 됩니다. 

▲진행자

보통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부모님 통장을 보고 뒤늦게 알 것 같은데요.

그때 인출자가 '자신이 그 돈을 증여받았다' 주장하면요.

▲변호사

흔한 경우입니다.

뒤늦게 부당 인출 사실을 발견했다면 이미 망인이 돌아가신 이후라 사실관계도 확인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예금을 인출한 자녀가 피상속인의 도장이나 통장,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 인출에 대한 부모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인이 고령으로 치매였거나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부당인출, 즉 부당이득채권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대부분 증여로 인정됩니다.

이 경우는 인출금액을 증여로 보고, 남은 재산 분할 시 특별수익, 즉 상속분을 먼저 받은 것으로 본 다음 나머지 재산을 분배할 때 고려하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진행자

부모님 예금을 관리하던 자녀가 부모님 사망 후 사망신고 전 돈을 인출했다면요.

▲변호사

부모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고, 상속예금은 공동상속인이 상속분대로 공유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속분을 넘는 예금을 인출하는 건 소유자의 동의나 승인 없이 인출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 진행자

이 경우도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나요.

▲변호사

상속 개시 후 부당 이득의 채권자는 상속인 고유의 채권이기 때문에 이는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아니라, 인출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민사법원에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진행자

변호사님, 또 상속예금을 인출할 때 주의사항이 있다면요.

▲변호사

상속 개시 전 인출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상속 개시 전 인출한 예금의 경우 지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돼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15조 1항 1호는 '피상속인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계산해 2억원 이상인 경우와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인 경우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 명시합니다.

부모님 병원비나 간병비로 쓰기 위해 인출한 경우도 증빙을 명백하게 못하면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지출증빙을 남겨 놓거나, 가능하면 병원비 등은 부모님 계좌에서 직접 이체하고, 고령의 부모님을 위해 지출한 돈은 부모님 명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지출 방법입니다.

▲진행자

우애 있게 지내는 게 효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하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지만, 내 형제 돈까지 가로채는 낯부끄러운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궁금한 내용 변호사님께 여쭙거나, <완벽한 상속>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법률사무소 율샘 허윤규 변호사 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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