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해소 위해 '출소한 성범죄자 특정 거주지 지정'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이중처벌, 해당 지역 반발 우려

▲신새아 앵커=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이가 출소 후 우리 동네에 산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법무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겠다며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 했습니다.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한 후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 살도록 제한하는 법안인데요.

한국형 제시카법을 두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신예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2020년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 당시 시민들의 거센 반대 시위에도 조두순은 자신이 살던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왔고, 대신 피해자 가족과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동네를 떠났습니다.

이렇듯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반복되는 ‘거주지 논란’.

법무부가 이에 대한 방안으로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내놓았습니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한 후 이들의 거주지를 국가가 지정한 시설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9살 소녀 제시카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안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 등 교육시설로부터 2,000피트, 약 61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당초 한국형 제시카법도 이 같은 방식을 검토했지만 ‘서울 보호법’,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등 여러 비판에 부딪혀 ‘지정 시설 수용’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좁은 국토 그리고 인구 밀집도를 감안할 때 이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이 굉장히 특정되게 됩니다. 거주지 제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국가 관리를 강화해서 국민들께서 더욱 안심하실 수 있도록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이들의 거주지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입법 방향을 정한 것입니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대상입니다.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나쁜 놈들’을 시민들과 분리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한국형 제시카법.

그러나 법안이 도입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시작 단계부터 전문가들이 법안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방송 취재 결과 전문가 8명 중 6명이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의 실효성이나 세부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쟁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위헌 여부입니다.

[김대근 연구위원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올해 초에 입법 예고했던 거주지 접근 제한의 비합리성과 부작용을 피하는 대신에 거주지 제한을 통해서 더 큰 모순과 위헌의 핵심에 뛰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특정 지역에 거주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훨씬 더 심화된 측면이 있고요. 헌법재판소가 수차례 위헌 결정을 한 바 있던 보호수용의 전 단계로서 우려하는 바가 크고요.”

이미 형기를 마치고 나온 범죄자를 다시 일정 시설에 수용해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진희 국선전담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징역 10년,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 이걸로 충분한 죗값을 받는다고 판사님은 결정하신 거잖아요. 자신의 죗값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피고인 입장에서는. 그런데 다시 거주지 제한을 받는 거잖아요. 이것은 이중 처벌 아닌가... 단순 거주 이전의 자유뿐 아니고 모든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의 제약이 다 되는 거예요.”

이들을 수용할 국가 관리 시설을 어디에 들일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시설이 들어서게 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서입니다.

[이은의 대표변호사 / 이은의법률사무소]
“중범죄자가 우리 동네 오는 거 싫어, 재범률 높을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동네 오는 것 싫어, 누구나 그럴 거예요. 그러면 그런 사람들 모아놓는 기관은 어떻게 할 거예요. 시설은? 결국 지역 차별의 문제라든가 지역 갈등의 문제를 안고 가게 되거든요. 실효성이 크게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하지만 그럼에도 법안을 통해 고위험 성범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여러 세부 사항을 다듬고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우려된다는 이유로 도입 시도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 / 국회입법조사처]
“13세 미만의 아동, 그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강력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 왜 그렇게 관용적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가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에다가 던져주는 거죠. 성범죄 용인 안 한다. 더군다나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은 검증된 외국의 모델을 보든 아니면 전문가들이 협의하든 이런 식으로 해서 마련해나가는 게 순서인 것이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의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은 고위험 성폭력 전자감독 대상자들은 현재 약 325명으로 추산됩니다.

앞으로도 매년 약 60명의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형 제시카법을 더욱 세밀하게 보완해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법률방송 신예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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