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의 '윤리사회 기원(祈願)']

[법률방송뉴스]

최근 여러 게임 애니메이션에 남성혐오의 의미로 알려진 손가락 모양이 삽입되어 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단순한 오해나 우연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해당 영상을 외주 제작한 스튜디오 직원 중 하나가 SNS에 수차례 남성혐오적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영상의 상황에 해당 손가락 모양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손가락 모양의 삽입을 고의로 했다는 의견이 상당해 보인다.

사람들은 살면서 겪은 경험과 배움에 따라, 여러 개념을 수시로 평가, 분류, 일반화, 규범화하며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나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로 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특정 범주로 사람을 묶고 해당 범주의 사람들로 일반화하는 경우도 있다. 직업이나 전공,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선입관을 갖는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있음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인종, 성별, 국적, 출신지역처럼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았고 바꿀수도 없는 속성으로 일반화를 한 후 극단적인 기준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인종차별, 지역갈등, 국가 간의 갈등은 심각한 학대, 차별, 학살 등의 불행을 가져온다. 이는 능력이나 기여에 따른 차별과 같이 공동체를 활기차고 건전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며, 합리적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

집단이 갖는 통계적 특성은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집단이 갖는 통계를 일반화하는 것은 맹목적·광신적 사고방식의 오류와 궤를 같이 한다. 만약 어떤 의사가 물을 많이 마신 환자가 죽었으니 물은 독성물질이다. 약을 먹으니 환자가 좋아지니 약을 한 바가지씩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저급한 사기꾼으로 취급될 것이다.

'의약품파', '고기파', '운동파'와 같이 현상을 극단적으로 일반화하는 견해를 가진 의사는 단 한명도 없다. 모든 의사는 음식, , 운동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고를 한다. 사람의 건강은 정교하고 복잡한자연현상에 근거해 작동하고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ㆍ정치적 담론에서는 불합리하고 극단적 일반화가 흔하다. 사안을 단순화·일반화하는 극단적·맹목적 주장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력한 정치인, 교수, 경제인들까지도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도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과학적인 담론이 비과학적인 담론을 제거해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음식과 약과 운동을 적정히 조합해야 하듯, 어떤 상황에선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내려야 하고, 노조활동을 장려하거나 억제해야 하며 여기에는 일률적인 정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공계 영역에서 소수의 천재들이 보이는 성과는, 명확하게 보여지는 자연현상을 근거로 인정받아왔고,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을 사람이 하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문과 분야는 그렇지 못한 듯 하다. 수백년전의 상황에서 더 많이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와 비슷한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가 접히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세상에서, 정치제도나 사법제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불완전한 모델을 성경처럼 떠받들며 부분적으로만 누더기처럼 개량한채 사용하고 있다. 백열전구를 형광등이나 LED로 바꾸는 대신, 백열전구를 개량하기 위한 미시적 노력만 수백년간 계속되고, 물이 새는 배의 구멍을 매우는 대신, 더 효과적으로 물을 퍼내는 방법만 연구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세상은 옛날부터 그래왔으니 게임의 룰에 적응해 살라고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현인이라도 되는 듯 냉소만 해서는 안된다. 사회 구성원들간의 맹목적 편가르기와 양극화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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