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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법이란 임무(任務)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교한 장례의례를 만들어 사전(死前) 삶은 사후(死後) 삶을 위한 준비라고 여겼다. 인생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영원한 삶이 보장된,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한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현관이다. 기원전 3300년에 등장한 고대 이집트문명은 정교한 사후세계관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들의 사후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지닌 시간관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시간을 선형적이면 동시에 순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집트인의 인생관을 잘 나타내는 유물이 있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에서 신왕조를 열은 19왕조시대 파라오 세티 1세 시대에 활동한 서기관, 휴네페르가 만든 ‘사자의 서’다. 그가 기록한 '사자의 서'는 사후에 살아남을 영혼을 위한 안내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체는 소멸하고 영혼은 영원하다고 믿었다. '사자의 서'는 살아남은 영혼의 다음 단계 삶을 위한 안내서다.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한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이 모두 문자의 신이며 마술의 신인 토트의 ‘생명의 책’에 기록된다. 그들이 영원한 사후세계로 입장하기 위해선, 먼저 지하세계로 하강하여 반드시 심판의례를 통과해야한다. 영원한 사후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의 생전에 한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이란, ‘하지 말아야할 것’을 안 하는 것이다. 자신의 금지조항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깊이 응시한 후,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습관적인 삶으로부터 제거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구별했다는 증거다. 영생을 추구하려는 자는 자신이, 지하세계 심판자 앞에서 ‘어떤 것을 하지 않았다’는 '부정고백(否定告白)'을 암송해야 한다.

'부정고백'은 재생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Osiris)'가 이집트 문화로 정착이 된, 기원전 13세기 신왕국시대로 들어와 중요한 장례의례의 일부로 정착되었다. 사자(死者)는 그를 심판할 42명의 이름을 정확하게 암송해야 한다. 이들은 각각 인간이 생전에 저지른 구체적인 죄를 관장하는 신들이다.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들이 경계하는 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사자가 그것에 해당하는 죄를 짓지 않았다는 증거다. 사자는 42개 문장을 암송하면서, 그런 죄를 범하지 않았다고 고백해야한다. 다음은 첫 다섯 가지 고백이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나는 폭력을 동반한 강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남자나 여자를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음식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휴네페르의 '사자의 서'는 '아니의 파피루스'와 함께 이집트인들의 사후세계를 표현한 전형적이며 고전적인 예다. 그는 이집트 19왕조에 활동했던 서기관이다. 그는 자신의 사후에 일어날 심판과 지하세계 여정, 그리고 그 여정을 통과하기 위한 주문을 정교하게 그림과 글로 표현하였다. 이 장면은 왼쪽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휴네페르는 시체 방부처리 신인 자칼 가면을 쓴 아누비스(Anubis)의 손에 이끌려 천칭 앞으로 간다. 천칭의 중간에 위치한 제단 위에 아누비스가 왼손으로 추를 만지고 있다. 그는 천칭의 오른편에 서 있는 지혜의 신이며 문자의 신인 토트(Thoth)를 응시한다. 토트는 따오기 가면을 쓰고 있다. 그는 생명의 책에 휴네페르가 살아있는 동안 행했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평가한다. 아누비스는 토트의 심판 내용에 따라 저울추를 조절할 것이다.

천칭의 아래 오른편엔 '암무트(Ammut)'라는 괴물이 토트의 판결을 애타게 기다린다. 암무트는 악어, 사자, 그리고 하마의 하이브리드다. 괴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는 동물로, 복합체 모습이다. 천칭의 오른편엔 휴네페르의 심장이 올려져 있고 왼편엔 ‘타조 깃털’이 올려져 있다.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개인의 감정, 지성, 그리고 개성을 상징하며, 그(녀)가 일생동한 저지른 모든 행위는 심장에 저장되어있다고 믿었다. 타조 깃털은 우주의 질서인 ‘마아트(Maat)'를 상징한다. 마아트는 중용과 같은 개념으로 개인이 일생 동안 반드시 수행해야 할 그 사람의 고유임무다.

마아트는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 습득해야 할 인생의 무기다. 마아트는 자신의 언행을 살펴서 ‘하지 않겠다’는 고백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한가지 임무를 최선을 다해 추구하겠다는 고백이다. 만일 그가 자신을 매일 매일 섬세하게 바라보고 자신이 손수 선택한 42가지 항목을 하지 않기를 수련했다면, 그는 이제 자신이 일생동안 완수해야 할 유일한 임무를 깨닫게 된다. 만일 심장과 마아트가 평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괴물 암무트가 그를 삼켜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버려진 자’가 된다. 만일 심장과 마아트가 평형을 유지하면, 송골매 신인 호루스(Horus)가 그를 재생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 앞으로 데리고 간다. 오시리스 뒤에는 이시스 여신과 넵티스 여신이 오시리스를 호위하고 있다. 휴네페르는 오시리스의 도움으로 하늘의 별이 될 것이다.

지난달에 만난 한국유엔협회 곽영훈 회장은 인간의 고유한 임무를 ‘오-반-제’로 정의한다. ‘오-반-제’의 오는 ‘오로지’의 첫 글자다. ‘오로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를 발견하고 발굴하여, 자신의 습관으로 섭렵하려는 노력이다. 우리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우리의 염원도, 우리의 개성도 다르다. 유수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 ‘오로지’ 나만할 수 있는 구별된 일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이고, 그것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선생이다. 내가 모든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 나도 모르게 신명이 나고 ‘오로지’ 몰입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반은 ‘반드시’의 첫 글자다. ‘반드시’는 ‘오로지’를 발견한 후에,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반드시’는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내가 마쳐야 할 임무다. ‘오로지’ 정신이 없으면 나의 시간과 노력을 소진하는 노동이 된다. 그러나 ‘오로지’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은 ‘임무’가 되고, 그것은 하늘이 나에게 선물해준 의무가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우주가 되고, 우주가 내가 되는 인내천(人乃天)의 실천이다.

제는 ‘제대로’의 첫 글자다. 인간은 가족, 친족, 공동체, 도시, 국가, 세계의 일원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오로지 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 임무와 의무는 다른사람과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제대로 일을 완수한다는 것은 그 일이 내 삶의 여정에 의미가 있고, 내가 속한 사회에 유익을 선사해야한다. 이 유익 만이 아름답다.

법이란 마아트다. 마아트란 자신에 삶에 가장 적당한 것을 발견하여 그 임무를 완수하려는 인내다. 법이란 '오-반-제'다. 자신에게 오로지 한가지를, 반드시, 제대로 하려는 노력이다. 당신은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안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해야 할 한 가지를 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입니까?  

휴네페르 ‘사자의 서’-기원전 1300년 (영국 대영박물관)
휴네페르 ‘사자의 서’-기원전 1300년 (영국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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