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15일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15일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른바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은 수사부터 1심 선고까지 5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에게 피해를 주며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늘(5일) 오후 2시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에 대해 이 회장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날 선고 대상은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했는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닉스의 자산 가치를 4조 5,000억원가량 부풀리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는지 등 입니다.

그러나 이 합병 자체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최종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이 법정에 오른 셈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부터 입니다. 이듬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과정에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접촉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부당합병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별도로 김경율 당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현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016년 12월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질의서를 송부했고, 금감원은 2017년 3월 특별감리에 착수해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은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어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이 수사의 첫 분수령이 됐습니다. 검찰은 2019년 5월 삼성바이오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공장 바닥을 뜯어내다가 노트북 등이 무더기로 묻어져 있는 것을 포착했고, 증거인멸 혐의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삼성 측 핵심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수사는 2020년 5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돼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며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회장 측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고 수사심위위는 같은 해 6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3개월의 장고 끝에 2020년 9월 이 회장을 비롯한 11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에 불복한 첫 사례였습니다. 이로써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재판에 넘겨진 뒤 약 3년 반 만에 또다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1년 9개월간의 수사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를 37회, 임직원 주거지를 13회 압수 수색했고 300명에 대해 860여회 소환 조사를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모두 437권, 21만 4,000페이지에 이릅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끌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3차장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습니다. 

이후 재판은 이날 1심 선고까지 3년 5개월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총 106번이 열렸고, 80여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날을 제외하고 95번을 직접 출석했습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같은 해 8월 가석방된 뒤 이듬해 8월 사면됐습니다.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치권에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주며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고, 이날 선고되는 사건은 승계 작업 자체가 불법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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