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은 세계 최대의 장물 보관소이다”라는 말은 영국에게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가에서만 나오는 주장이 아니다. 영국의 명망 있는 변호사도 자국의 식민지 문화재를 장물에 비유함으로써 19세기 서구 열강이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문화재 약탈의 부당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서구 열강이 과거 식민지에서 강탈한 문화재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애국심만으로는 현재까지도 식민지 열강이 보유하고 있던 약탈문화재(또는 국외문화재)가 실제로 반환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로 북적이는 대영박물관에서 보관중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벽면부조 조각인 ‘엘긴 마블’이나 아프리카 베냉 왕국의 유물인 ‘배냉 브론즈’는 오랜 기간 동안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반환요구의 대상이 되면서 외교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외문화재나 그에 대한 환수노력과 관련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프랑스가 1866년 극동함대로 병인양요를 일으켜 강화도를 점령했을 때, 프랑스군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340책의 도서와 지도, 족자 등을 약탈해갔다. 당시 외규장각에는 1,042종 6,130책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프랑스군은 약탈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태워버렸다.

이후 대한민국은 프랑스에 끊임없이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반환요청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가, 병인양요로부터 130년이 지난 1993년이 되어서야 고속철 떼제베(TGV)를 판매하려고 했던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재 반환약속을 받을 수 있었고, 그로부터 한참 지난 2011년이 되어서야 5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한 임대 형식으로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도서 중 298책 전부를 반환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어재연 장군의 ‘수(帥)자기’가 오랜 협상 끝에 136년만에 반환되었지만, 이 또한 미국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임대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빼앗긴 문화유산을 돌려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필자가 서구 열강 국가의 박물관을 다닐 때마다 느꼈던 의아한 점이 있었다. 드물게 한국실이 설치된 박물관에는 예외 없이 늘 백자와 청자, 서예 족자, 서책, 갓이나 담뱃대와 같이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만 전시하고 있었다. 반면, 바로 옆에 있는 일본관에는 한 눈에 보더라도 최고의 장인이 만든 것이 분명해보이는 문화재급의 사무라이 갑옷과 일본도, 과거 일본인의 생활상을 재현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서 만든 미니어쳐 등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대영박물관에 설치된 한국관의 경우에도 툇마루가 보이는 전통가옥의 사랑방이나 조선백자(달항아리), 서예작품이나 부채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국내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한국관이 조성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각국의 한국관에서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외국의 박물관으로부터 국외문화재를 모조리 환수해야 하는 것보다는 한국관에 전시된 전시품을 조금 더 인상적인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반가사유상, 백제 무령왕의 금귀걸이, 백제 금동대향로, 신라 금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라면, 레플리카(복제품)의 형태로라도 전세계 박물관에서 전시될 수 있고, 세계인들로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것이다. 백제의 금 귀걸이와 성덕대왕신종은 레플리카일지라도 최고의 장인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원본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문화재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게 되고 이를 마다할 박물관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이 정성껏 제작한 신라 금관과 백제 금동대향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자랑스러운 문화재 복제품을 그들에게 내어주는 대신, 과거

그들이 우리로부터 약탈해간(또는 문화재 도굴꾼으로부터 매수해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어렵지 않게 회수해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활성화되어 전세계에서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확대된다면, 우리가 열심히 우리의 문화재를 지킨 결과 달성하고자 했던 바로 그 목적이 어느 순간 달성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우리의 문화재 장인들 또한 자신들의 열정과 실력을 후대에 전수할 기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백제 금동대향로 (사진=국립부여박물관)
백제 금동대향로 (사진=국립부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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