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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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김기원 회장이 2월2일 보도된 법률방송의 '[로스쿨 16년] 공부의 연속? 돈쓰기 연속... '흙수저는 웁니다'' 리포트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법률방송은 특별기고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약자에게 유리한 공교육 제도, 로스쿨>

- 고시제도의 전면 국가지원 요소를 결합해 더 나은 제도로 만들자 -

현행 한국 로스쿨 공교육은 교육과정 등 운영 방식의 보완·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 ‘로스쿨 공교육 제도’는 약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여기에 ‘고시제도식 전면 국가지원’의 요소를 결합한다면 약자에게 더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

1. 독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약자에게 유리한 로스쿨 공교육 제도였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당시 독일 등 서구국가의 공교육제도를 모방하면서도, 법학과 공교육(로스쿨)은 모방하지 않고 독특한 고시제도를 창안해서 시행했다. 서구국가는 고시제도를 운영한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 로스쿨 공교육이 도입되자,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에서 로스쿨 제도는 실패했다’는 황당한 소설까지 등장했다.

독일은 과거나 현재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70%가량이며 법학과(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가 될 수 있고, 이론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고졸로 학교에서 퇴교시켜 공교육과 자격부여를 연계시킨 ‘로스쿨 공교육 제도’다.

1980년대 독일이 도입했다가 ‘실패’했다고 알려진 제도는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모두 로스쿨에서 실시해서 교육기간과 비용이 증가한 ‘1단계 양성제도’였다. 독일은 비용 문제로 다시 로스쿨에서 이론 중심의 교육을 하고 나가서 실무수습을 하는 종전의 ‘2단계 양성제도’로 돌아왔다.

2. 약자에게 유리한 공교육제도, 로스쿨

한국의 로스쿨은 의대, 경찰대, 사관학교, 교대와 같이 졸업자 대다수에게 자격이나 직업을 보장하는 형태의 공교육 제도이고, 이는 대륙법이나 영미법, 학문 분야와 무관하게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로스쿨 제도’라는 용어는 없으며, 로스쿨은 보편적 공교육 대학제도에서의 1개 학과에 불과하며 ‘로스쿨 제도의 장·단점’은 곧 공교육 제도의 장·단점이다. 로스쿨은 의대, 사관학교, 경찰대, 교대와 비슷하게 ‘자격취득 또는 취업을 대체로 보장하는 공교육제도의 한 학과’다. 학과별로 구체적 운영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제도적인 장단점은 비슷하다.

근대 공교육제도는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의회에서 입안하여 제정한 교육제도를 바탕으로 서구에서 만들어진 교육제도다. 입학, 학년, 유급, 학점, 학위, 교육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연구·인사평가 활동을 적정히 수행하고, 진로와 역할을 균형있게 배분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총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공교육제도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점진적으로 기록하고, 일정 기간의 학업(학년·학기)을 마치면 소수의 낙제자를 제외하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며, 학업과 성취의 이력(‘스펙’으로 폄하되기도 하는)을 개인의 역사에 누적시켜, 다양한 유형의 사회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이력을 누적해 경쟁하도록 돕는다.

3. 공교육제도와 이와 연계된 취업의 구성요소들은 약자에게 유리하다

 

공교육제도·취업

고시제도·창업

약자 배려

약자를 우대하는 입학·입시전형 존재

약자 배려 없음

공교육/고시

의 기회비용

다양한 학교·학과와의 호환성이 높은 수능점수·내신·학점(스펙) 중심으로 입학시험을 치르므로, 입학에 실패해도 기회비용이 크지 않음

다른 영역과 호환성이 낮은 전공지식 지필고사를 치르고 소수만 합격하며, 다수의 불합격자가 큰 기회비용을 치르고 처참한 상황을 겪게됨

취업/창업

의 기회비용

다양한 직장과의 호환성이 높은 스펙·이력 중심으로 입사전형을 치르므로, 기회비용이 크지 않음

창업은 소수만 성공하며, 다수의 실패자가 큰 기회비용을 치르고 처참한 상황을 겪게되고 실패의 결과물을 다른 영역에 활용할 수 없음

공교육/고시의 안전성

현재까지의 성취(스펙 등)로 바로 입학에 성공했다는 성과를 수년뒤로 안전하게 이연할 수 있음

최종합격전까지는 어떠한 보장도 없음

취업/창업

의 안전성

취업에 성공하면 즉각 업무를 시작하고 보수를 받을 수 있음

중장기간의 회사운영 후에야 성패를 알 수 있고 어떠한 보장도 없음

약자에게 유리한 정도

위험성이 낮고 예측가능성이 높아 약자도 도전이 쉬움

위험성이 높고 예측가능성 낮아 약자의 도전이 어려움

 

① 공교육제도의 입학전형과, 입사전형에는 약자를 우대하는 제도가 있다.

② 대학(원) 입시(공교육제도)는 수능점수·내신·학점 등(스펙) 누적된 이력을 중심으로 입학시험을 치르므로, 하나의 성과를 놓고 여러 학교와 학과에 도전할 수 있어 인력배분의 불균형이 적고 갈 곳 없는 다수의 낙오자가 생기지 않아 약자에게 유리하다. 이는 취업의 특성과도 비슷하다.

③ 대학(원) 진학은 현재까지의 노력으로 즉시 입학에 성공하며 그 성취를 수년 뒤의 졸업시점까지 이연하여 의사, 변호사, 장교가 될 수 있다는 ‘안전망’을 조기에 얻고 장학금도 기대할 수 있다. 예측가능성이 높아 약자에게 유리하다.

이렇듯 공교육제도와 이를 이용한 취업은 예측가능성이 높고, 위험은 낮고, 실패해도 기회비용이 적어 약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4. 고시제도 및 창업의 구성요소들은 약자에게 불리하다

① 고시제도·창업에는 약자를 배려하는 요소가 없다.

② 고시제도는 다른 취업·학문 영역과 호환성이 낮은 전공지식 지필시험을 치르는데, 소수만이 합격하므로 다수의 불합격자는 큰 기회비용을 치르고 처참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최종합격’ 결과는 장시간의 노력을 투입한 끝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고시제도의 모험적 요소들은 약자들에게 불리한 것들로 창업의 특성과 비슷하다.

이렇듯 고시제도와 창업은 예측가능성이 낮고, 위험은 높고, 실패할 경우 기회비용이 높아 약자에게 불리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5. 로스쿨을 약자에게 더 유리하게 만드는 세 가지 방안

 

로스쿨(공교육) 제도

고시제도

입학제도

약자를 우대하는 특별전형 존재

약자 배려 없음

도전의 위험성·예측가능성

타 영역과의 호환성이 높은 스펙·이력 중심으로 입학시험을 치르며, 졸업자중 90%가량이 변호사가 되므로 위험성이 낮고 예측가능성 높음

다른 영역과 호환성이 낮은 전공지식 지필고사를 치르며, 도전자 중 소수만이 변호사가 되므로 위험성이 높고 예측가능성 낮음

합격전

재정 지원

공교육제도에 따라 경제적 약자·성적우수자에게 일부·전부 지원

고시 준비과정의 약자 배려 없음

합격후

재정 지원

경제적 약자·성적우수자에게 일부·전부 지원

전원에게 비용 전부 지원

약자에게 유리한 해당 부분을 현행 공교육(로스쿨)제도와 결합할 필요가 있음

안전망

학습을 시작해 졸업후 90% 변호사가 되므로 10% 정도의 위험성이 있음

+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해도 갈 수 있는 진로를 보장해 안전망 보완

매해 합격률이 3%에 불과해 시도자의 80%이상이 목적을 이루지 못함

사전예측

대졸학력 취득후의 로스쿨 입학시점에서 장래가 90%가 확정됨

+ 고졸학력의 학부입학시점에서 로스쿨 입학을 보장하는 진학경로를 마련해 사전예측 가능성을 보완

최종합격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음

 

① 고시제도식 전면적 국가재정지원

공군사관학교에서 파일럿 1명을 양성하는데에는 10억원 가량이 소요되나, 교육비용 전액이 정부에서 지원된다. 이는 경제력이나 성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전액 장학금과 비슷하다.

이처럼 사법시험(연수원)은 경제력이나 성적과 관계없이 연수생 전원에게 100% 장학금을 지급하는 교육기관이었다. 반면 로스쿨은 다른 국·사립 대학교와 유사하게, 경제적 약자나 성적우수자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이는 입법자의 결단이며, 교육비용을 장학금으로 100% 지급하는 카이스트나 사법시험은 옳고, 경제적 약자와 성적우수자에게만 지급하는 국·사립 공과대학, 로스쿨은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로스쿨은 ‘부유한 학생에게 등록금을 더 거두어,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지원하는’ 구조다.

변호사자격이 공직 접근 통로가 되기 때문에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면, 기존 고시제도와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재정지원을 해 ‘약자에게 유리한 공교육 제도’의 특성과 ‘약자에게 유리한 전면적 재정지원’의 특성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② 변호사시험 불합격시 진로 보장으로 안전망 보강

공교육제도는 ‘입시 성공’이라는 현재의 성취를 3~6년 후의 ‘자격증 취득, 취업’ 등으로 안전하게 이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자에게 유리하다. 로스쿨은 통계상 졸업자의 10% 가량이 변호사가 되지 못하며, 이는 약자의 도전을 막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법률 관련 공직·유사법조직역 진출 등 하방의 진로를 보장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안전망을 보강해야 한다.

③ 대입 성적우수자에게 로스쿨 진학 우대

현행 한국 로스쿨은 석사 과정이어서, 우수한 고등학생이 의대에 입학하는 식으로 사전에 자신의 장래를 확정짓지 못해, 약자의 위험부담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입 성적우수자 일부에게 대학입학 단계에서 졸업 후의 로스쿨 선발 우대를 약속해, 약자에게도 사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안전망을 보강하면서도, 법학 이외의 전공을 한 자가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한다는 한국 로스쿨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6. 근대 공교육제도는 약자에게 최적의 제도로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경제형편이 어려운 지인에게 “너는 형편이 어려우니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맞겠다”고 조언한다면, 지인의 삶을 망치려는 것이거나, ‘약자가 창업에 성공해 재벌이 된 미담’을 현실에서도 따라해야 할 행동인 것처럼 오인하는 사람으로 치부될 것이다.

경제적 약자에게 의대나 경찰대, 취업이 보장되는 대학진학을 우선적 선택지로 권할 수 있는 것은 수백년 이상 검증되어 전 세계가 사용중인 근대 공교육제도가 입학, 교육과정, 등록금, 장래설계까지 모든 측면에서 약자에게 최적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시도는 중도에 좌절되더라도 즉시 취업 등의 시도로 전환할 수 있으며, 로스쿨 진학은 변호사가 된다는 장래의 결과를 3년 뒤로 이연하는 것이어서 기회비용, 매몰비용, 위험성이 낮은 경제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다. ‘꿈을 꾸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는 이유로 그 꿈을 꾼 길이만큼 인생을 망치는’ 일이 공교육제도에서는 없다.

일본 예비시험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겠다’며 도입되었으나, 실제로는 합격자 대다수가 어리고 부유한 명문대 출신들이었다. 반면 공교육제도인 로스쿨은 학점은행제 출신, 경제적 취약계층, 장애인 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더 이상 로스쿨제도만이 대륙법계에 맞지 않으며 약자에게 불리한 괴이한 제도인것처럼 비판할 것이 아니다. 세부적인 교육과정 등 로스쿨 공교육의 운영방식을 여러 모로 개선하고, 기존의 고시제도처럼 국가지원을 대폭 늘려 누구든 교육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진학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법무법인 서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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