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세기의 이혼'으로 주목 받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노 관장 부친)의 '사돈 몰아주기'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일보는 오늘(14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에 1997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12∙12사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상고심을 앞두고 2심 판결(징역 22년 6개월→17년 감형)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가 제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유착을 의심하고 있었던 검찰은 선경그룹(현 SK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을 문제 삼으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여부를 주목했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결혼 직후인 1988년 말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회장에게 받은 30억 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본 것입니다.  특히 검찰은 '특혜'란 표현을 쓰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뒤집은 2심 결론을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원심은 선경그룹이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다른 기업보다 우대를 받은 흔적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인척 관계라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원심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또 이날 변론기일에서 노 관장 측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넨 뒤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선경건설 300억원 어음'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300억 어음’의 근거로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고,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6장 중 4장은 실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당시 선경그룹이 인수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며 SK그룹 재산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폈다고 합니다. SK그룹은 2018년 보유 SK증권 지분 10% 전량(매각가 515억원)을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매각했습니다.

1991년 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571억원 가운데 280억원의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불거진 적 있습니다.

검찰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의혹을 조사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개인 돈 조달에 한계가 있어 회삿돈 일부를 끌어다 썼던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노 관장의 이같은 주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SK그룹이 클 수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부각해 재산 분할에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혼 소송 1심 선고 후 노 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SK주식 형성에 대한 여러 도움도 있었다"며 2심에서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겠다고 언급했습니다. SK그룹 성장에 영향을 끼친 부친의 역할을 부각시켜 딸인 자신의 몫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혼 소송 1심은 노 전 대통령 부녀가 SK그룹 형성 자체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며 부동산, 예금 등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이중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2심에서 노 관장 측은 청구 금액을 '최 회장 주식 보유액 절반'(약 1조3,500억원)에서 '현금 2조원'으로 상향한 상태입니다. 다만, 노 관장 측은 1심 법원 판단을 뒤집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받으려면 구체적으로 추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SK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특혜나 지원도 받은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 실세인 수도경비사령관이던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전에서 삼성을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SK 측은 "1970년대부터 정유사업을 추진하며 산유국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온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SK와 최 회장 측은  '선경건설 300억원 어음' 주장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제공됐다는 주장은 금시초문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및 재판 당시는 물론, 1심 재판 과정에서도 300억 비자금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주장에 대해서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 용처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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