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최근 아내가 중국 온라인 쇼핑앱 ‘테무’ 가입 권유 메시지를 스마트폰으로 보내왔다. 가입 후 24시간 이내 자신의 권유로 고객을 유치하면 원하는 물건을 파격할인해주는 마케팅 때문에 가입 권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다단계를 연상케하는 마케팅 수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내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테무’ 앱에 들어가니 말 그대로 ‘요지경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제품은 중국산 생활공산품으로 대부분 1,000원~5만원 수준이었다.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자꾸만 들여다보게 됐다. 얼핏 봐도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나 일반 유통점의 제품보다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었다. 게다가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며칠 있었더니 처음보다 무려 70% 이상 할인된 가격을 제안하는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15년전 중국 이우(義鳥) 도매시장을 방문했을 때 충격이 떠올랐다. 상하이 인근 저장성 중부에 위치한 이우의 도매시장에서는 모든 공산품 가격이 한국보다 5분의 1에서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우 도매시장은 지금도 201만여종의 공산품을 세계 21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쇼핑앱 ‘테무’는 스마트폰에 들어와 있는 이우 도매시장이었다.

중국의 대표 쇼핑앱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이 한국에 본격 상륙하자 일각에서는 이를 ‘알테쉬’ 공습으로 부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올 2월 ‘알리’의 한국 사용자 수는 818만명. 지난해 2월보다 130%(463만명)나 늘어나 1위 쿠팡에 이어 2위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순식간에 사용자 581만명을 확보해 G마켓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무서운 것은 중국발 ‘알테쉬’ 공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알리’는 신선식품까지 상품군을 확대하고 한국 대기업 상품들도 대거 입점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를 투자하고 올해 안에 대규모 물류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데 이어 기자간담회도 가지며 한국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시작했다.

이들은 3박자를 갖췄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제조업을 뒷배로 둔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알리바바(알리), 핀둬둬(테무) 등 시가총액 200조원이 넘는 모기업이 받쳐주는 탄탄한 자본력, 그리고 전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오퍼레이이션 경험까지. ‘알테쉬’ 공습이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중소 제조업까지 흔드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의 저가상품 판매점 체인 패밀리달러는 올해에만 약 1,000여곳의 매장이 문을 닫는다. 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이들 매장은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부진과 더불어 중국 초저가 쇼핑몰 공세에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운 유통과 제조업은 이제 생존의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한국의 유통 시장은 아마존마저도 우회 진출할 정도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또 ‘테무쉬’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제품들은 아직도 품질 수준이 높지 않아 인체에 접촉하는 제품 등은 이 곳에서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래서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는 규제의 벽으로 ‘알테쉬’ 공세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만 적용된 무관세 혜택과 환경인증 의무 면제 등을 없애기 위해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판매와 배송, 환불 등의 과정을 더욱 철저히 감시, 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필요하지만 규제만으로 이들의 공습을 막을 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승부가 시작되고 있다. 자신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유통기업들은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제조업체들은 중국산과 다른 자신 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쿠팡에서 검색한 제품을 복사에서 ‘알테쉬’에서 붙이기만 해서 주문한다는 소비자들과 이 가격이라면 제품이 오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문 버튼을 누르는 소비자들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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