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10살 아이 자동차로 치어... "괜찮다"고 해서 자리 이탈
운전자 "병원 갈 것 여러 차례 권유... 도주 의사 없었다"
법원 "10살 아이가 괜찮다고 말했다고 구호조치 안 한 것은 도주"

'오늘의 판결', 뺑소니, 자동차로 사람을 치고 도망가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어린아이를 자동차로 치었는데 별로 빠른 속도도 아니었고 병원을 가자고 해도 아이는 "괜찮다"고만 하고, 그래서 "그럼 조심해라" 하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익히 아는 뺑소니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람은 뺑소니일까요, 아닐까요. 뺑소니라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성기권 부장판사)는 오늘(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차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3살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10살 아이를 차로 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니 대로가 아닌 골목길이었을 테고 자동차도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 A씨는 재판에서 “사고 직후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에 갈 것을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현장을 떠난 것에 불과하다. 도주 의사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직후 피의자가 아이에게 말을 거는 과정에서 양쪽 무릎에 찰과상이 난 것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원 판결문 내용입니다. 즉, 아이가 상처 난 걸 보고도 병원에 안 데리고 갔으니 뺑소니라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실제 아이는 가볍긴 하지만 뇌진탕 등의 증상을 보여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치 2주, 상당히 애매하기는 한 손상입니다. 

많이 다쳐보이지도 않고 병원 가자 해도 아이가 괜찮다고 안 가겠다고 해서 그 자리를 떠난 A씨 입장에서는 뺑소니로 몰린 게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판단 능력이 미숙한 10살 어린이가 괜찮다고 한 말만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조금 다쳤든 많이 다쳤든 심지어 전혀 다치지 않아 보이든, 일단 아이를 차로 치면 ‘무조건’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도주차량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의 '전과자'가 됩니다. 수백만원 벌금은 기본, 보험료 대폭 인상은 덤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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