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채워지길 바라는 빈 그릇”... ‘역사의 법정에 선 법’ 발간 김희수 경기도 감사관
“정의는 채워지길 바라는 빈 그릇”... ‘역사의 법정에 선 법’ 발간 김희수 경기도 감사관
  • 박아름 기자
  • 승인 2021.07.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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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근대 재판 전봉준 유죄 판결부터 현재 형벌 불평등 문제까지 비판적 조망

[법률방송뉴스]  LAW 투데이 '책과 사람들', 오늘은 ‘역사의 법정에 선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목부터 상당히 묵직해 보이는데, 저자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동북아역사재단 감사와 인권연대 운영위원 등을 지낸 김희수 경기도청 감사관입니다. 박아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감사관실에서 법률방송 취재진을 만난 김희수 감사관은 거꾸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그렇다면 갑오개혁에 의해서 1895년도에 ‘재판소구성법’이라는 게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근대법원이라는 게 최초로 만들어지죠. 그 이전에는 왕이 다 법도 만들고 법도 집행하고 재판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 분리가...”

마치 역사 선생님처럼 우리 역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김희수 감사관.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그 법원에서 내린 첫 번째 판결이 바로 동학동민운동에 대한 전봉준, 손하준 이런 사람들 5명에 대한 사형판결이었다는 거죠. 이게 굉장히 비극적인 것이고, 되게 암울한 근대를 미리 말해주는...”

전봉준 유죄 판결부터 형벌 불평등 문제까지.

김희수 감사관이 지난 달 10일 펴낸 따끈따끈한 신간 ‘역사의 법정에서 선 법’엔 이 같은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책은 표지에 “근현대사를 지배한 악법과 판결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다”라는 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가령 일제 강점기 때 독립투쟁을 한 사람들이 왜 아직까지 유죄로 남아있어야 하느냐. 엄혹했던 그런 시절에 과연 감옥에 갈 사람은 누구였는가.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

당장, 단재 신채호는 일제의 법정에서 ‘사기’와 ‘외국환 위조’로 유죄를 받았고, 유관순 열사가 받은 ‘죄명’은 ‘보안법 위반’과 ‘소요죄’였습니다. 

백범 김구와 조선의열단 단장 김원봉은 ‘테러리스트의 수괴’ 쯤으로, 윤봉길 의사는 ‘살인’과 ‘살인미수’, ‘폭발물 취체벌칙 위반’이라는 이름도 낯선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그럼 이들을 유죄로 만들었던 사람들이 애용했던 법논리가 무엇이었고, 법이 무엇이었는가. 그에 반해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의 법과 법논리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런 부분들을...”

책은 이에 ‘법은 무엇이었고,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 무엇이 잘못됐는가. 그걸 꼭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었고, 이건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써가 아니라 법의 관점에서도 정리되고 분석될 필요가 있다라는 그런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된...”

책은 제1부 ‘역사의 법정에서’와 제2부 ‘법이 공정하다는 착각’, 크게 두 파트로 구성했습니다. 

제1부 역사의 법정에서는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을사늑약, 3·1운동, 임시정부와 독립 투쟁 등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법’이라는 프리즘으로 해체해 보고 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일본이 지금도 뭐라고 하면 자기들이 우리들을 식민지 지배한 것은 적법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잘 아시는 것처럼. 그 주장을 한 번도 철회한 적이 없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일관계가 계속 꼬이고...”

책 1부에서 김희수 감사관은 2차 대전 종전 후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강력한 단죄와 무력화된 우리 반민특위를 비교하며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가감 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1940년부터 1944년 9월까지 6년간 나치에 지배당한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만 무려 7천여명에 달하는데, 우리 반민특위에서 조사를 받은 사람은 682명, 그중 재판을 받은 사람은 41명, 그나마 실형은 단 15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우리가 청산을 하려면 2가지 측면이 있는데 법적 청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도 이뤄지지 못했어요. 가령 ‘치안유지법’ 이런 게 대표적인 거고. 또 인적 청산을 해야 하는데 인적 청산도 반민특위가 해체되면서 이뤄지지 못했죠. 15명 처벌했어요. 이게 ‘청산되지 못한 역사’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김희수 감사관은 그러면서 식민지배에 대한 2차 대전 승전국들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끈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승전국들이 패전한 제국주의 국가들을 전범 재판에서 단죄하며 식민지배 자체는 전범재판 대상으로 삼지 않는 등 식민지배 자체는 합법화·정당화했다는 지적입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그런 법 논리들이 제국주의의 침략을 합리화시키는 이론이었다는 건데 이런 부분들이 현재까지도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일본이 가령 우리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었다고 할 때 그런 논리들이 차용이 된다라는 게 조금 분노스럽기도 하고...”  

책의 제2부 ‘법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헌법의 눈물, 왜 법을 믿지 않는가, 형벌 불평등과 장발장 은행, 법이 말하는 진실과 정의 같은 강력하면서도 도발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법이 과연 정의롭고 공정하냐는 문제의식입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이런 거예요 ‘형벌 불평등’이라는 게 간단히 얘기하자면. 배가 고파서 감자 다섯 알을 훔쳤는데 벌금형 받았어요. 근데 돈을 낼 돈이 없어요. 그래서 감옥에 가야 해요. 이게 1년에 4만 명이 넘어요. 이게...”

관련해서 김희수 감사관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벌금을 내지 못하는 빈곤 취약계층을 돕는 취지로 지난 2015년 3월 설립된 ‘장발장은행’의 운영 설립 초기부터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근데 아주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 벌금형을 했는데 근데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보내면 이건 가난을 처벌하는 거예요. 단돈 50만원 100만원 낼 돈이 없어서 감옥을 가야 하는 사회라면 이건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이건 고쳐야 한다...”

재산이나 소득에 따른 이른바 ‘일수벌금제’ 도입이나, 벌금형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봉사활동 확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희수 감사관의 제안입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이건 어떤 정파적인 문제도 아니거든요, 사실은. 어떤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대판 장발장에 대한 형벌의 불평등 문제, 가난을 처벌하는 야만적인 법률체계에 대한 관심과 배려...”

책 제2부 키워드의 한 축이 ‘공정’과 ‘형평’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정의’와 ‘사법불신‘ 입니다.  

그리고 공정과 정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는데, 김희수 감사관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문제점과 책임을 거론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표되는 사법불신에서 법조인들이 과연 자유롭냐는 지적입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이런 사회적 약자들한테 가혹한 법률, 재벌한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공식처럼 선고되고 있는데 결국은 이런 법조인들, 사법현실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결국은 잘못했다는 것이고 그게 법치주의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 같은 거예요. 법과 양심이라는 건 어디로 간 데 없고...”

여러 지적과 비판을 던지고 있는 김희수 감사관은 “그럼에도 법과 정의는 존재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자세히 보면 디테일 속에 악마만 있는 게 아니라 천사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런 공동체 질서라는 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게 될 때 이 정의라는 것을 기준들을 우리가 세우고 실행할 수 있을 거다...”

완벽한 법은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다만 그 불완전성을 채워 줄 무언가는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이다.

김희수 변호사는 “정의는 채워지길 바라는 빈 그릇 같은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희수 변호사 / 경기도 감사관] 
“정의라는 것은 사실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그릇 같은 것이다. 민주 공화국이라는 이 항아리에 정의의 물을 가득 채울 수도 있고 비워버릴 수도 있다. 그게 결국은 국민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결국은 대한민국을 끌어왔고...” 

법률방송 박아름입니다. 

 

 

박아름 기자 ahreum-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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