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협박은 줄겠지만... 증거 효력도 상실
법조 “녹음금지법, 재판서도 악영향 줄 것”

[법률방송뉴스]

▲앵커= 휴대폰 등의 녹음 기능은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힙니다.

최근 국회에선 통화나 대화 녹음을 사실상 원천봉쇄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찬성 여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이 법이 시행되면 법정에서 약자에게 불리한 판세가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데, 어떤 얘기인지 김해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건희 여사 / 윤석열 대통령 부인] (지난해 11월 15일)
“그걸 뭐 하러 잡자 하냐고 미투도.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구먼, 솔직히.”

제20대 대통령선거 기간 공개돼 파장을 불렀던 김건희 여사의 ‘7시간 녹취’.

같은 시기, 김혜경씨 관련 통화 내용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대선 판도를 바꾼 요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배모씨 / 경기도청 공무원] (지난해 6월 16일)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어. 그거 점심 때 올릴까? 어떻게 할까...”

[A씨 / 전직 비서실 공무원] (지난해 6월 16일)
“초밥집 가서 그거 결제를 (법인)카드 갖다 제가 결제하고 나서 (영수증) 올리겠습니다.”

이같이 엄청난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이 대중에게 노출되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이를 공개했다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는 녹음이나 청취할 수 없습니다.

최근 국회에선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처벌한다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사생활과 인격권, 음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당사자 간의 대화를 녹음하려면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를 어길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녹취를 이용한 협박은 줄겠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 증거 효력도 사라집니다.

피해자가 마지막 방어 수단을 빼앗기는 겁니다.

[김혜주 / 서울 관악구]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녹음을 할 수 있으면 나중에 그걸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문준대 / 강원 춘천]
“녹음은 허용해야되지 않나 싶어요. 왜냐하면 범죄 쪽으로도 증거가 있으려면 녹음을 해야 되니까...”

[김민정 / 경기 부천]
“만약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자기 인권을 존중하게 녹음을 하면서 (증거로) 제시하고 법대로 처벌도 받을 수 있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대화 중 녹음을 해도 괜찮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허락을 구하지 않은 녹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희자 / 서울 용산구]
“동의 없이 그냥 무턱대고 녹음을 하는 거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동의하에 그것을 사용하면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녹음을) 모르게 해서 그걸 또 쓰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법조계는 사회적 논의가 우선 과제라고 말합니다.

[노영희 변호사 / 법무법인 강남]
“무조건적으로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그런 규정은 힘 있는 자들을 위한 그런 규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양윤섭 변호사 / 법률사무소 형산]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증거 확보나 권리 보호라는 긍정적인 기능이 제한되고...”

이른바 ‘녹음금지법’이 시행되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정현 변호사 / 법무법인 창경]
“무엇보다 이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은 법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이 되고 있는데요. 당사자 간 이루어지는 대화의 녹음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형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현 변호사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피해자의 보호 필요성 그리고 공익, 이런 한쪽 법익과 또 피해를 입은 사람의 손해를 비교해서 법원이 판단할 것이지 그걸 또 일방적으로 ‘유출된 사람은 손해를 봤다’ 이렇게 보기는 또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냐...”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3개 주와 프랑스 등 일부 유럽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녹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가중처벌 규정을 두면 녹음을 이용한 협박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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