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퇴 요구 일축 "임기는 총선까지"
尹, 민생토론회 전격불참... '갈등'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률방송뉴스]

김건희 여사 의혹 대응 등을 놓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보이던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마침내 정면 충돌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어제(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위원장은 오늘(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때까지로 알고 있다"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당정 관계가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총선을 불과 80일 앞두고 여권이 대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이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김여사 의혹 대응에 당정의 미묘한 긴장이 발단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설은 표면적으로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천 논란'으로부터 불거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공개 석상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깜짝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성동 전 의원과의 조율이나 사전에 얘기가 없었던 것이 알려지며 한 위원장의 공천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 역시 관련 소식을 듣고 한 위원장이 '시스템 공천'을 훼손했다며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여사 의혹 대응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는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줄곧 '정치공작'임을 강조해 오던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논란 대응 방식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김 비대위원은 김 여사 논란을 두고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마리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며 "디올백(가방)은 심각한 사건이다. 국민께 납작 엎드려야 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여권 내부는 어제(21일) 오전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갔습니다.

이용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줄세우기 공천행태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당선인 시절 수행팀장을 지내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의원이 이런 기사를 공유하자 당 안팎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이어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며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여권 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한 일이 아니다"며 부인했지만 한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실상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 총선 앞둔 적전 분열의 해법 주목

한 위원장은 오늘(22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의지를 거듭 천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제 입장은 처음부터 변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물음에는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며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특히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비대위원장)를 받아들였다"며 "선민후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오늘 오전로 예정됐던 민생토론회(새해 업무보고) 일정에 윤 대통령이 불참한다는 입장을 갑자기 밝혔습니다.

당정 갈등이 극대화되는 가운데 정국 현안에 대해 숙고하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다섯 번째 열리는 민생토론회로서 생활규제 개혁 등을 다루는 자리로 윤 대통령은 그동안 민생토론회를 직접 주재해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감기 기운이 심해 참석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의 감기 기운을 이유로 들었으나, 불참 소식을 갑작스레 전한 만큼 한 위원장과의 갈등설이 관련돼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총선을 80일 앞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출동하면서 공천과 경선을 포함한 향후 여권의 선거 전략에도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여권 분열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양쪽이 극적 봉합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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