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성범죄 실형 선고율 10%, 민간의 절반도 안 돼... '끼리끼리' 수사와 기소, 재판
군 성범죄 실형 선고율 10%, 민간의 절반도 안 돼... '끼리끼리' 수사와 기소, 재판
  • 유재광 기자, 하서정 변호사
  • 승인 2021.06.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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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법무실에 검사와 변호인 함께 근무... 수사 및 재판에 민간 참여해야"

▲유재광 앵커= '하서정 변호사의 바로(LAW) 보기', 오늘은 반복되는 군 내 성범죄 얘기해 보겠습니다.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 다시 좀 짚어볼까요. 

▲하서정 변호사= 네. 지난 3월 피해자인 이 중사는 선임의 강요로 참석한 회식이 끝난 뒤 차량에 동승한 가해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직후 피해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했지만, 이를 전달받은 모 준위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불러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합니다. 

이후 군사경찰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지고, 가장 기본적이고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가해자 조사와 분리 조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날은 약혼자와 혼인신고를 한 다음 날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즉시 격리가 초동조치 기본인데, 말씀하신대로 이 기본도 안 지켜졌죠.

▲하서정 변호사= 그렇습니다. 사건은 3월 2일에 발생, 이튿날인 3월 3일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장 중사는 보름 뒤인 3월 17일이 되어서야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고 다른 부대로 전보되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2주가 지나서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루어진 것인데요. 그 기간 동안 피해자는 사건 무마와 은폐 압력,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부대에서는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피해를 입은 이 중사와 남편을 회유하는 데에만 급급했다고 합니다. 

▲앵커= 수사 자체도 늑장 부실 수사로 지금 뭇매를 맞고 있죠. 

▲하서정 변호사= 네, 초동 수사를 진행하던 군사경찰은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도 않았고, 구속영장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적인 은폐시도와 2차 가해를 방치한 것이죠.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5월 31일에야 군검찰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해당 휴대전화를 확보했습니다. 이 휴대전화에는 다수의 상관들이 합의를 종용하는 녹취파일과 메신저 내용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중요한 증거인데도 이렇게 한 겁니다. 

▲엥커= 이게 가해부대에서도 그렇고, 전보된 부대에서도 2차 가해가 가해했죠.

▲하서정 변호사= 네. 우선 범죄가 차량에서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후임 부사관인데도 모른 체 했고요. 이후, 가해자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서 명예롭게 전역할 수 있게 해달라는 터무니없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또 피해자와 피해자 남편에게는 다른 상관들이 조직적으로 연락을 해서 가해자가 불쌍하지 않냐,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둘, 말이 되지 않는 소리로 회유하면서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묵살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대로 전보를 갔더니, ‘관심 간부’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피해 사실과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얘기가 돌았다는 것이고, 피해자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평가를 했다는 겁니다.

▲앵커= 총체적으로 참 있을 수 없는 일이 겹쳐져 벌어졌는데, 이게 회유 가담자도 사실은 이 사건 전 강제추행 가해자였다고 하지 않았나요.   

▲하서정 변호사= 네 맞습니다. 이 사건의 심각성은 피해자가 1년 동안 수  차례의 추행을 당했고, 그 과정이 답습됐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것이 무마되자, 다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보고, 상관들의 추행이 반복적으로 행해졌다고 합니다.

추행의 정도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강해졌고, 추행을 가하는 가해자의 계급도 점점 낮아졌기 때문에 피해자가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앵커= 가해자나 관련자들이 구체적으로 받고 있는 혐의는 어떤 건가요.

▲하서정 변호사= 우선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장 중사는 강제추행치상으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자살에 이르게 한 정신적인 고통, 진단서에 나타난 급성 스트레스성 불안장애와 불면증이 상해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죠. 그리고 2차 가해를 한 상관 2명은 강제추행과 직무유기 혐의입니다.

그리고 부실 변론 논란을 받고 있는 국선변호사도 직무유기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럽고 좌절했으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렀는지 정말 안타까운데, 제도적인 문제를 좀 짚어볼까요. 일단 군 국선변호인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인가요. 

▲하서정 변호사= 크게 두 가지 사안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공군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 신고한 지 엿새 만인 지난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지정했지만,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몇 차례 전화 통화 및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선임된 지 50일 만에 첫 통화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국선변호사는 직무유기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5일 조사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공군이 피해자에 여성 변호인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국방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현행 국방부의 성폭력 피해지원 매뉴얼에는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여성 변호인을 우선 지원해야 하며, 여성이 없는 경우에는 민간 변호사를 국선변호사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공군에는 여성 법무관이 1명도 없다고 합니다. 

매뉴얼은 있는데 정작 사람은 없는, 군 성범죄 피해지원 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려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군 검찰과 변호인이 사실상 한솥밥을 먹는 사이여서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건 뭔가요.  

▲하서정 변호사= 네. 군 법무실 자체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같이 근무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옹호하거나 적절한 조력을 다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군 내부에 있는 군 검사와 군 변호인은 사실상 동료로 생활하기 때문이죠. 한 지휘관 아래 같은 사무실에서 군 내부의 변호인, 검찰, 판사가 근무를 하는 시스템은 결국 지휘관의 뜻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되게 만들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민간으로 치면 변호인이 검찰청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변론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마음만 먹으면 봐주기식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이고, 이는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앵커= 통계로 입증된다는 게 어떤 말인가요. 

▲하서정 변호사= 일단 법조문만 놓고 보면 사실 형법에 나와 있는 성폭행보다 군형법에 나와 있는 성폭력 관련 조항이 형량은 훨씬 더 높습니다. 군형법은 강간을 한 경우 5년 이상, 강제추행을 한 경우는 1년 이상, 유사 강간을 한 경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형법 같은 경우 강간을 한 자는 3년, 유사 강간을 한 경우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조문의 형량 자체는 군형법이 훨씬 셉니다.  

문제는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 성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 비율은 25% 정도고요. 처벌 법조항은 군이 훨씬 더 엄격한데, 정작 실형 선고율은 민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겁니다. 

군이 군 성범죄에 대해 과연 처벌의지가 있는 것인지, 온정주의적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총체적 난맥인 것 같은데 대책 마련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하서정 변호사= 일단 국방부는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2주 동안을 성폭력피해특별신고기간으로 정하고 관련 신고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매년 7~8월, 12~1월, 두 차례에 걸쳐서 성폭력피해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별도로 추가운영을 한 겁니다.

그리고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6월 11일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심의위의 위원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으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여러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총 11명 위촉됐습니다.

앞으로 이 심의위가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수사 적정성·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고 합니다.

▲앵커= 신고 접수가 능사가 아니고 수사심의위도 1회성으로 할 게 아닌 것 같은데, 반복되는 군대 내부의 성범죄,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서정 변호사= 군대 내부의 범죄인 점을 감안해 군에서 기소하고 군에서 판단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변호사, 피의자의 변호인은 외부의 민간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군검찰과 군 국선변호인, 군사법원의 끼리끼리 수사와 재판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부 감시의 시선과 견제가 있으면 군도 더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올바른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에 심의위가 출범한 만큼 반드시 엄정 수사가 이루어지고, 심의위를 상설화하는 등 이런 성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도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앵커= 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군 성범죄의 경우 군이 아닌 민간이 수사와 기소, 재판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하는데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하서정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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