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훈 영장실질심사... 이르면 내일 결론
文 "다른 가능성 제시 못하고 비난만" 불쾌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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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성격 규정에 있어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 기로에 서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를 넘지 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 전 실장 구속 여부는 이르면 내일(2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윗선 문 전 대통령과 관련성은 없는지 집중 조사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문 전 대통령 "할 수 있는 범위서 사실 추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늘(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 안보에 헌신한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았다"며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양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옹호에 나섰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당시 안보 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다"며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됐던 부처 판단이 번복됐다"며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됐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한다"며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됐다는 비난만 할 뿐"이라고 힐난했습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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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자료삭제 지시" vs 서훈 측 "사법적 판단 사안 아냐"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되고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배치되는 기밀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서 전 실장이 국정원과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공유된 SI(특별취급 기밀정보)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려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

회의 종료 뒤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첩보 내용 등 보안을 유지하고 '로키'(low key)로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침과 자료삭제 지시가 내려갔다는 관련자의 진술 등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서 전 실장 측은 은폐 시도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삭제지시 자체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피격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청와대 안보 라인의 대응도 관심사입니다.

검찰은 회의 당일인 23일 밤 10시 50분께 통신사 보도를 통해 이씨의 피격 사실이 의도치 않게 알려지자, 서 전 실장 등이 섣불리 '월북몰이'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당시 해경은 이씨 사망 일주일 뒤인 9월 29일 "그가 북한 경비정에 발견됐을 때 월북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며, 도박 빚 등 월북 동기도 있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해경은 새 정부 출범 뒤 올해 6월 16일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수사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감안해 서 전 실장이 2020년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몰기 위해 국방부와 국정원, 해경 등이 수사결과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내용을 쓰도록 했다고 의심합니다.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반면 서 전 실장 측은 이 사건이 당시 정부가 중대하고도 급박한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 뿐이라며, 사후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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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구속여부 주목... 관건은 객관적 물증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달 29일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는 일단 검찰의 혐의 소명에 달렸다는 평가입니다. 혐의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여부가 관건입니다.

특히 당시 안보실에서 관계기관에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내부규정이나 예규, 지침 등을 어긴 사례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핵심으로 꼽힙니다.

다만 혐의가 소명되더라도 서 전 실장 구속 필요성은 따져볼 문제입니다.

검찰은 신병 확보를 강조하지만, 서 전 실장 측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할 우려가 없고, 이미 관련자들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 증거인멸 우려도 낮다고 방어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이 서 전 실장 영장을 발부하면 지난 정부 사법 처리 여부에 한 단계 진전이 있겠지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할 동력이 떨어질 공산이 높습니다.

이 경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소환을 끝으로 이미 조사를 끝낸 피의자를 일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 수사는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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