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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을 위해 국내 재단이 일본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우리나라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의 해법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하고, 계류 중인 소송도 확정될 경우 전액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총 15명으로, 일본제철,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등 피해자들입니다.

재원 마련의 경우 국내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장관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법에는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없어 일부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피해사실 스스로 축소”... “끝이 아닌 시작"

정치권 내에서도 여야간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7일) 국회에서 열린 당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며 비난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주권자인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한 심각한 모욕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완전한 굴종이자 국가의 품격, 국민에 대한 예의,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에 다름없다”며 “일본 정부의 죗값을 영원히 덮고 '묻지마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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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자가 빠져있다’고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김 지사는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안은 진실을 밝히고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피해자들의 노력을 한순간 물거품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참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미래와 국익을 향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이제 과거를 바로 보고 현재를 직시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SNS 글에서 "강제징용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폭탄 돌리기식으로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았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행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며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의 각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 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법조계 “정부의 결정, 0점짜리 해결책”

법조계에서는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배상금을 내야할 채무자는 일본 기업이지만 제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갚아주는 법률상 ‘제3자 변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민법 제469조에 따르면 제3자가 대신 채무를 갚을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금 지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고, 만약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공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갚아야 할 돈을 공탁소에 맡기면 빚이 면제됩니다.

이와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한국 외교의 완패"라고 혹평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요구했던 일본의 책임있는 사과나 그 어떠한 기금 참여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완패, 일본 외교의 완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일본 총리가 과거 담화를 계승하다는 것 자체가 사과가 될 수 없지만, 그 계승조차 과거 담화에 있었던 '사죄', '반성'을 낭독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며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하며 강제동원과 전혀 상관없는 장학기금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함께 발표했는데, 이는 외교적 실패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쇼일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를 향한 사죄를 촉구했습니다.

민변은 피해자 승소 시 배상한다는 결정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강제동원으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사실을 한국 정부 스스로 축소하고 왜곡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외교부, 강제동원 피해자 위한 노력 약속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방안 이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박 장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해 미래 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가 없는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한일 양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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